공자보다 44세나 어린 제자 자공이 말했다. “저는 남이 제게 가(加)하기를 원치 않는 일은 저도 남에게 가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자 공자는 “사(賜, 자공의 이름)야! 그건 네가 아직 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 정진해야 함을 면려(勉勵)한 것이다. 사람은 능력에 따라 당장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지금은 능력이 부족하여 애써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수준 따라 차근차근히 하는 게 공부의 정도이다.
요즈음 우리의 교육현장에는 ‘선행학습’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1학년 과정도 못하면서 2학년 과정을 미리 배우고, 중학교 과정도 모르면서 고등학교 과정을 따로 과외받는다고 한다. 교육 효과가 있을 리 없다. ‘무조건 앞서가야 한다’는 부모의 욕심이 야기한 ‘애 잡는’ 유행병일 뿐이다. 1990년대만 해도 교사가 학생에게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힘을 더 기르자고 말하면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스승의 말을 따랐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런 지도를 하는 교사는 당장 학부모로부터 “왜 내 자식 기죽이느냐?”는 항의를 받기에 십상이란다. 비이소급(非爾所及)! 허세 빼고 분수를 알아야 한다. 학생보다 학부모 교육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