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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 줄인 꼼수 제품,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표기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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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는 9월 일부 상품이 있는 판매대 앞에 ‘#SHRINK FLATION’이란 문구를 붙인 표지판을 세웠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용량이 줄어든 상품을 알리기 위해서다. 대형브랜드 제품부터 시범 적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와 이를 협의하기로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단체와의 간담회를 열고 슈링크플레이션 대책을 논의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의미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소비자 모르게 양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나는 꼼수 인상을 뜻한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진행형이다. 100g이었던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는 올해 초 90g으로 중량이 줄었다. 똑같이 100g이었던 하리보 ‘믹스사워 젤리’는 지난 7월 80g으로 중량을 낮췄다. 둘 다 가격은 100g이었던 때와 똑같다. 오비맥주는 묶음으로 판매하는 카스 캔맥주 번들 제품을 개당 375㎖에서 370㎖로 변경했다.

가격이 오른 게 아니다 보니 내용량이 바뀌었다는 걸 소비자가 인지하긴 쉽지 않다. 정부는 일단 소비자원을 통해 가격·용량 변화 여부를 확인하는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209개 가공식품이 그 대상이다. 과자·통조림·냉동식품 등 가공식품을 73개 품목으로 나누고, 209개 브랜드를 특정해 슈링크플레이션 여부를 조사한다. 다음 달 초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게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209개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슈링크플레이션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소비자들로부터 신고를 받기로 했다. 소비자원 홈페이지 등에 설치된 신고센터를 통해 누구든 제보가 가능하다. 소비자원은 제조업체들과 자율협약 체결을 추진해 단위가격, 용량·규격 변경 시 사업자로부터도 정보를 제공받을 예정이다.

소비자원 홈페이지만으로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유통업계와 협의해 오프라인 매장에 이를 표시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프랑스의 까르푸나 독일의 수퍼마켓 체인점 ‘네토’와 같은 방식이다. 이들 업체는 용량이 바뀌었을 때 따로 표시판을 걸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내용량을 줄이는 걸 처벌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소비자가 즉각 이를 알고 구매 결정에 고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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