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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괌 기지 찍혔나…김정은 "만리 보는 눈과 주먹 다 가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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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궤도에 진입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작동상태와 등을 점검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궤도에 진입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작동상태와 등을 점검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 선제 핵 공격을 위한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군사정찰위성 개발 성공을 공식화하며 한·미에 대한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북한은 또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령 괌의 미 공군 기지 촬영에 성공했다고 했지만, 사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위성 발사를 주관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전날 쏘아올린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작동상태 등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총국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에게 "앞으로 7∼10일간의 '세밀조종공정'을 마친 뒤, 12월 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하게 된다"고 보고했다.

통신은 새로 쏘아 올린 정찰위성의 성능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이날 오전 9시 21분에 위성에서 수신한 태평양의 미국령 괌 상공에서 앤더슨 미 공군기지 등 미군의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한 항공우주 사진을 확인했다고 전하면서다.

그러면서도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의 해상도를 갖췄는지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북한은 미국을 겨냥한 전략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자신들이 가진 각종 미사일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군사정찰위성을 보유하게 됐다고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김정은은 "공화국 무력이 이제는 만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수중에 틀어쥐었다"며 "우리의 위력한 군사적 타격 수단들의 효용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나 자체 방위를 위해서도 더 많은 정찰위성을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눈'은 위성을, '주먹'은 ICBM을 각각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오전에 방문해 새로 쏘아올린 군사정찰위성을 점검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오전에 방문해 새로 쏘아올린 군사정찰위성을 점검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러시아로부터 불법적으로 기술을 전수받았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내놨다. "국가가 자체의 힘과 기술력으로 항공우주정찰능력을 키우고 끝끝내 보유한 것은 공화국 무력의 발전에 있어서나 새로운 지역 군사 정세 국면에 대비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사변"이라고 평가하면서다.

김정은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해 군사적 공조를 강화하는 한·미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그는 "미제가 어제와 오늘 연이틀 남조선지역에 핵항공모함 '칼빈슨'호와 핵추진잠수함 '싼타페'호를 끌어들이며 남조선지역을 저들의 침략 무력의 전방기지로, 핵병기창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지역의 군사정세를 위태하게 하고 있는 미제와 그 추종군대의 행동 성격을 철저히 감시하고 장악하는 문제는 우리 국가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는 이미 천명한 대로 다양한 정찰위성들을 더 많이 발사해 궤도에 배치하고 통합적으로, 실용적으로 운용하여 공화국 무력 앞에 적에 대한 가치 있는 실시간 정보를 풍부히 제공하고 대응태세를 더욱 높여나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21일 오후 10시 42분 28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21일 오후 10시 42분 28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통신은 김정은이 한반도 및 태평양 주변 지역에 대한 항공우주 정찰능력 조성계획을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제출하겠다는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의 제의를 승인했으며, 회의에서 2024년도 정찰위성 발사계획을 심의·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전날 밤 기습 발사한 군사정찰위성과 관련해 "비행 항적 정보와 여러 가지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위성체는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다만 정상작동 여부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합참은 "위성체의 정상작동 여부 판단에는 유관 기관 및 한·미 공조 하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 위성이)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1차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장관은 만리경-1호가 다음 달 1일부터 정찰 임무에 들어간다는 북한 발표에 대해선 "과장된 평가"라며 "한미가 조금 빠르면 주말 정도에는 위성체의 정상 작동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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