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1,700리 등반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강을 건너지 않고 진부령에서 태백산맥·소백산맥 등줄기를 타고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는 6백76㎞ 국토대장정 백두대간이 젊은 산악인들의 새로운 도전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4년 겨울 76일간의 처절한 몸부림 끝에 태백산맥을 단독 종주 했던 여성산악인 남난희(34), 산악시인 권경업(39)씨가 현재 산악인잡지 『사람과 산』창간행사 기념등반중이고 오는 20일부터는 국민대 배시한군(21) 등 48명의 대학생 국토순례단이 46박47일 일정으로 1천7백리 길을 떠난다.
또 강원대·중앙대·단국대·시립대·관동대·조선대 산악부원들이 올해 이미 백두대간종주등반을 끝냈으며 코오롱 등산학교 등 각종 등산단체소속 젊은이들이 한반도의 영맥을 걸으면서 민족정기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주)산악문화를 비롯한 일부 산악인들과 등산단체들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출발, 진부령에서 그쳐야하는 남북분단의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휴전선을 넘어 백두산까지 4천5백리 길의 대장정을 기획, 방북신청을 해놓고 있다.
산악인들 사이에 백두대간등정이 이처럼 새로운 도전코스로 떠오른 것은 불과 3년 전. 한국 대학산악연맹이 중국 고대지리책 산해경과 조선조 지리학자 신경준(1712∼1781)의 산경표에서 백두대간의 역사를 찾아내고 의미를 재조명하면서부터다. 당시 대학 산악연맹은 기관지 『엑셀시오』제11호에 대 특집을 싣고 48명의 전국 대학생으로 동시 등반대를 편성, 첫 종주등반 했었다.
백두대간은 그후 방통대 산악부 최향옥(34)·지효순(29)씨 등 여성들에게도 정복됐고 적게는 2∼3명의 대학생으로부터 수십 명의 젊은 산악인들에게 명예와 인내의 도전코스로 등장했다.
서울대문리대 OB산악부원으로 소년당시 대학 산악연맹 백두대간 첫 등반에 참가했던 박기성씨(33·『사람과 산』지 기자)는 『백두대간코스는 민족혼이 살아 숨쉬고 통일조국의 염원과 정성을 모으는 뜻에서 젊은이들에게 특히 사랑 받고 있다』면서 『올해 들어 통일문제가 대학가에 뜨거운 이슈로 대두되면서 등반계획서를 들고 자문을 구하러 찾아오는 대학생들도 눈에 띄게 늘고있다』고 말했다. <배유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