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경쟁 뚫고 『시라소니』 『산산이…』 주연 데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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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스타기근의 영화계에 가능성 있는 주연 급 남녀 신인배우가 등장,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나재웅군(24)과 김금용양(23).
나군은 40∼50년대의 전설적인 주먹꾼 이성순씨의 주먹세계를 그릴 『시라소니』에서 주인공 시라소니 역을 맡았다.
김양은 고은씨의 소설을 영화화하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에서 비구니 묘흔 역으로 출연한다.
이 둘은 모두 치열한 공모 경쟁을 뚫고 영화계에 입문했다.
따라서 본인들의 각오는 물론이거니와 영화계 스스로도 스타를 키우려고 작정한 재목들이다.
나군은 현재 청주대 연극영화과 3년 생이며 김양은 숙명여대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는 4학년생.
『얼떨떨하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게 이들의 상투적일 수만은 없는 신인다운 첫 소감이지만 데뷔 작품의 성격상 둘 모두 혹독한 시련을 각오하는 눈치다.
그럴 것이 『시라소니』팀은 새해 초 만주·상해 등지로 로케를 떠나 그곳의 혹한을 녹이며 「치고 박고 부수는 활극을 두 달 여 펼쳐야 한다.
1백72㎝·62㎏, 태권도2단, 짙은 눈썹, 옆으로 치켜진 눈매의 나군은 『자질구레하나 매우 위험한 폭력이 날뛰는 요즘 세상에 사나이의 협기가 뭔가 또 남자의 야성이 어떤 건지를 보여주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찬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기 위해서 나군은 액션 배우로 스스로 평가해도 합격될 때까지 액션물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시라소니』는 극동스크린이 제작하고 사나리오 작가 이일목씨가 첫 메가폰을 잡는다.
김금용양의 경우 나군 보다 출발이 더 비장하다.
김양은 데뷔작에서부터 여자의 몸으로 삭발을 감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부군』을 촬영하며 혹한기 산중생활에 익숙해진 정지영 감독 밑에서 내년2월까지 오대산 등지에서 겨울을 나야하는 2중의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l2일 오대산 월정사에서 삭발 식을 가진 김양은 『머리마저 깎은 이상 연기자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자존심이 상처를 입을 것』이라며 다부진 표정과 함께 『마침 역량 있는 정 감독께 발탁된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2일 삭발식에서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를 제작하고, 또 출연도 하는 신성일씨도 배우생활 30년 처음으로 삭발을 했다. 신씨는 『김양의 얼굴이 마치 젊은 날의 문희와 윤정희를 섞은 듯 해 전통적인 한국여인상을 표현하는데 매우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모 심사과정에 참여한 고은씨가 「동양적 환상미를 지닌 여인」이라고 극찬한 것은 김양의 둥근 얼굴에 둥그렇게 자리잡은 두 눈 때문인 듯 하다.
극중 사미승과 사랑의 교감을 나누는 비구니의 내밀한 내면세계를 상상하며 평소 몸가짐도 비구니처럼 조심스레 갖고 있다.
김양은 공모의 형식을 밟았지만 막판 출연결심이 흔들렸고 이를 정 감독이 「삼고초려」 끝에 설득해냈었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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