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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반도체 자국 생산…中 'AI 세계1위' 1807조 프로젝트 시동 [AI전쟁 시즌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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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법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법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94년의 인터넷 혁명과 2008년 모바일 혁명을 모두 주도한 미국은 이번 ‘생성 AI 혁명’으로 제조·일자리·과학·국방의 혁신을 동시에 이루려 한다. 이전 두 번의 IT혁명이 소프트웨어 중심이었다면, 제조업까지 결합한 이번 AI 혁명은 더 포괄적이고 과감하다.

지난달 6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만난 조너선 로스 그로크(Groq) CEO는 미국 워싱턴D.C 출장에서 돌아온 지 2주 만에 다시 워싱턴 출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국산’ AI 반도체를 찾는 공공기관·기업들과 만나기 위해서다. AI 반도체 설계 유니콘인 그로크는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가 90% 가까이 장악한 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조나단 로스 그로크 CEO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심서현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조나단 로스 그로크 CEO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심서현 기자

지난 9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첨단기술 서밋 2023’에서 로스 CEO가 그로크 칩을 시연하며 “이 칩은 미국에서 설계됐고, 차세대 칩은 생산도 미국에서 한다”라고 말하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과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상원의원 등이 있던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로크는 삼성전자의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위탁 생산)의 최신 4나노미터(nm) 공정에서 내년부터 칩을 생산한다.

미국의 AI 반도체 설계 업체들은 최근 미국 내 생산기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그로크와 텐스토렌트 같은 유망 업체들이 삼성 테일러 공장과 생산 계약을 발표하며 ‘대만 생산’에서 이탈했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 GPU의 대중국 수출을 제재하는 한편, 반도체법으로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는 데 400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미국은 국방 AI 도입도 활발하다. 지난 7월 미 의회에선 AI를 정보전에 사용하는 조항이 포함된 법안이 통과됐다. 이미 정부 계약에서만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AI 분석 기업 팔란티어 외에도, AI 드론 등 국방 AI를 개발하는 안두릴, 스타트업 쉴드AI 같은 창업 5~6년차 국방 AI 유니콘이 속속 나온다. 미 육군용 AI 반도체를 납품 중인 그로크의 로스 CEO는 “미국 정부는 놀랄 만큼 AI 기술 도입에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특히, 워싱턴의 정치와 실리콘밸리의 AI가 밀접히 협력하는 배경엔 싱크탱크의 역할이 크다.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은 2019~2021년 미국 AI국가안보위원회(NSCAI) 위원장을 맡아 반도체법 등 AI 국가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위원회에는 앤디 제시 아마존 CEO와 새라 캣츠 오라클 CEO 등 현역 테크 경영자들도 참여했다.

◇중국, AI 기반 인프라로 전환 

중국은 처음부터 AI로 과학과 기술은 물론, 산업 응용 분야까지 함께 키워왔다. 중국 정부는 ‘2030년 세계 1위 AI 국가’라는 기존의 목표(2017년 발표)를 2021년에 구체화하며 ‘2025년까지 AI, 5G 통신, 산업 인터넷 인프라에 10조위안(약 1807조원) 투자’로 실행안을 내놨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특히 중국 정부는 도시 인프라, 의료, 제조, 교통 등 산업 곳곳에 AI를 이미 적용하고 있다. 그 맨 앞단에 중국 기술 기업들이 있다. 바이두가 AI 챗봇과 자율주행을 맡고 화웨이는 AI 반도체와 인프라를, 텐센트가 AI 챗봇과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고 센스타임이 안면인식 및 교통관제 등을 맡는 식. 정부가 기업들에게 역할을 분배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산업 곳곳에 속도감 있게 AI를 적용했다. 개인정보 보호나 생성 AI의 환각 등의 우려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서구 기업들과 가장 큰 차이다.

◇AI로 탈석유 준비하는 UAE

탈(脫)석유 경제를 준비하는 중동도 AI를 산업 전환의 기회로 본다. 중동 지역의 AI 기술 허브로 주목받는 아랍에미리트는(UAE)는 2017년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부를 정부 조직 내에 만들었고, 지난 5월엔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LLM)인 ‘팔콘’을 공개했다. 특히 UAE 정부는 AI로 병원 예약과 로봇 수술에 AI를 적용하고 있으며, 지난달 보건의료 전문 인공지능전문센터도 출범했다.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UAE 부통령은 “국민의 의료 수요를 충족할 뿐 아니라, 글로벌 의료 허브가 되는 것이 UAE 헬스케어의 목표”라고 밝혔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UAE의 또다른 주력은 AI를 활용한 디지털 정부 서비스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유 애스크(U-Ask)’ 등 각종 챗봇을 공공 서비스에 결합한 결과 AI가  1만 건 이상의 이혼 조정 상담을 실행했다. 지난 9월 UAE 디지털부 장관을 만난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은 “디지털 공증, 전자가족상담, 원격 법정 등 AI 기반 법무 행정 서비스가 활발했다”고 전했다.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