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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장선 언성높인 남북총리/3차 남북고위급회담 3박4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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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측서 “희롱”“기만” 용어 써가며 비난/“「기습취재」는 로동신문 부국장이 주도”
○연예인 출연 분위기 고조
○…13일 오후 7시부터 호텔 신라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단의 비공식 만찬에는 수행원,지난 2차회담의 우리측 취재진 등 1백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여 동안 진행.
이날 만찬은 오전 회담때와 달리 시종 우호적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며 1시간여의 식사에 이어진 여흥시간에는 김세레나·나훈아·최진희·민해경 등 유명 연예인이 출연,분위기를 고조.
연총리등 북측 대표단은 오후 7시쯤 만찬장에 입장,미리 도착해 있던 우리측 대표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인사한 뒤 15분여 동안 칵테일을 들며 환담.
연총리는 강총리와 날씨를 화제로 담소하다 정호근 합참의장이 다가오자 『정의장과 우리 김(광진)대장은 서로 농담하며 싸우느라고 바쁘다』고 하자 강총리는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 더 친하게 되더라』면서 우리측의 합동군제 도입으로 정의장 지위가 격상됐음을 설명.
이에 김인민무력부 부부장은 『그래서인지 정의장이 지난 10월부터 걸음걸이도 달라졌다』고 농담,모두가 폭소.
오후 7시20분쯤 만찬이 시작되자 강총리는 인사말에서 『선을 행하는 사람은 봄동산의 풀과 같아 자라는 것이 보이지 않지만 매일같이 자라난다』는 명심보감 구절을 인용하면서 『비록 회담의 가시적 성과는 없지만 우리의 노력은 계속 쌓여지고 있다』고 평가.
강총리는 이어 『이같은 귀중한 전진을 결코 중단해서는 안되며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자』면서 남북 대표단 모두의 건강을 비는 건배를 제의.
이어 연북한총리도 『남북고위급회담의 성과와 전쟁재발 방지 및 평화,민족의 조국통일을 위하여』라며 건배.
○서로 “할 말은 다하겠다”
○…13일 2차 전체회의에서 남북 양측 총리는 서로 「할 말은 다하겠다」는 식으로 심한 설전을 벌였다.
강총리가 『불가침선언만 채택하면 신뢰가 쌓인다고 했는데 지금 이 시간에도 「노○○역도」「미제주구」「군사파쇼타도」라고 북한 방송들이 보도하고 있는판에 신뢰가 생길 수 있겠느냐며 『연총리가 북한방송 관계자들을 야단쳐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를 바란다』고 지적.
이에 연총리는 빙긋이 웃으면서 『남쪽에도 버스에다 마이크를 싣고 공산당 타도하자는 소리를 내고 있지 않느냐』고 응수.
강총리가 7·4 공동성명 후에도 땅굴·아웅산사건·KAL기 폭파사건을 들며 신뢰구축을 강조하자 연총리는 강총리가 후에 전쟁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지 말길 바란다고 목청을 높였다는 것.
북측 대표들이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만이라도 팀스피리트훈련을 중지해 달라고 하자 우리측 정호근 합참의장은 『당신들은 훈련기간중 위협을 느낀다지만 우리는 3백65일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어떤 훈련은 되고 어떤 훈련은 안된다고 당신들이 마음대로 판단하느냐』고 반박.
정의장은 또 『5차회담은 팀스피리트 기간중으로 정해 민족음악회처럼 같이 참관하자』고 제의했다.
북측의 연총리는 『불가침 선언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일체의 신뢰회복이나 남북관계 합의도 있을 수 없다』고 분명히 했으며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북측은 「희롱」「우롱」「기만」 등의 용어를 사용해 우리측을 비난,회의 분위기가 몹시 대립된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
○평축때 주소 직접알아
○…이번 북한 기자들의 기습취재는 이길성 로동신문 부국장의 주도아래 사전에 계획,추진한 것이라고 한 북한 기자가 귀띔.
기습취재를 한 기자들은 우리측이 북한기자 2명에 안내원 1명을 붙인 것을 이용,1명이 우리측 안내원을 따돌리는 사이 다른 1명이 호텔밖으로 나가는 수법을 썼다.
임수경양 집을 방문한 이길성 기자팀은 차비로 조총련계 기자들이 갖고 있던 외화를 우리 돈으로 바꾸어 2만원을 준비,택시 두번타는데 1만원씩 쓰고 거스름돈은 받지 않았다.
임양 집 주소는 이 팀중 한명이었던 최민 조선중앙TV 기자가 임양 방북당시 임양으로부터 직접 알아냈다는 것.
최기자는 임양과 자주 접촉했는데 임양이 서울에 오면 들러보라며 주소를 적어주었다는 후문.
호텔 근처 복덕방과 담배가게에 들른 북한기자팀중 한 기자는 『남북 관계가 잘 되기를 기도하겠다』는 한 아주머니의 말에 『있지도 않은 하느님에게 무슨 기도냐. 우리 모두가 열심히 해야 통일이 된다』고 말했다.
북측은 이번에 기자들이 취재한 대상지역을 「혁명기지」로 호칭해 눈길.
○“집단체조는 사회문화”
○…북측 사람들은 이번 회담중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이구동성으로 표시했다는 후문.
한 수행원은 『우리는 자주의 원칙에다 위대한 수령님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기 때문에 남이 아무리 북을 개방시키니,어쩌니해도 조금도 구애받거나 동요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
다른 수행원은 『2차 평양회담에 참석했던 남측 사람들이 집단체조에 대해 상당히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러나 집단체조는 그 자체가 우리의 사회문화이므로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북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고 북남관계도 개선이 안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같은 태도에도 불구하고 경제난을 시사하는 발언도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수행원은 『일본과의 수교교섭은 일본이 사죄하고 나오기 때문』이라고 고정메뉴를 들고 나왔으나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을 좀 받으려는 것인데 남이 왜 방해를 놓으려고 하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는 『북이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는게 남측으로 볼 때 여의치 않으면 남측이 제3국을 통해 조용히 보내면 어떠냐』고 제의까지 했다는 것이다.
○고르비에 욕설 퍼부어
○…북측 사람들의 공통적인 발언중의 하나는 소련에 대한 적개심 표시.
이들은 『소련은 곧 망할 것』이라며 고르바초프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소련으로부터 원유도입이 감소된 것은 사실이나 소련이 경제난을 겪고있기 때문에 돈만 주면 사올 수 있다고 한 수행원이 언급.
그는 『달러가 충분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하더라는 것.
○지난번 과음보도로 망신
○…북측 기자들은 숙소에 비치된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한 안내원이 『왜 그러느냐』고 묻자 『남측 사람들이 권하는 술은 먹지만 능동적으로는 마시지 않기로 했다』며 『지난 1차 회담때 남측 신문들이 1억원어치의 술을 마셨다고 보도해 돌아가 인민들 볼낯이 없었다』고 설명.
선물준비에 대해 한 기자는 『연락관 접촉때 선물을 주고 받지 말자고 약속했기 때문에 많은 선물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설명한 후 『회담성과도 없는데 선물은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한마디.<안희창·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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