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조영제 부작용 막을 수 없나|뇌·심장질환 진단 때 일어나는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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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뇌혈관·심장혈관 등의 질환진단에 사용되는 혈관조영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가끔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들 혈관 조영제에 의한 사고는 수술이나 치료가 아닌 진단과정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더욱 큰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있다.
혈관 조영제에 의한 사고는 보통 주사 후 1∼2시간이내에 급작스럽게 일어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특징을 갖고있다.
◇실태=평소 두통을 호소해오던 정태용씨(57·서울 옥수1동)는 서울S대 병원에 컴퓨터단층촬영(CT)예약을 하고 지난달 27일 오후 2시쯤 인턴이 놓아주는 「테라×××」라는 혈관 조영제를 맞고 1시간 여만에 숨졌다.
정씨는 평소 약간의 고혈압만 있었을 뿐 CT검진을 받는 날도 직접 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에서는 지난해 10월에도 유사한 사망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7년3월 서울강남의 S병원에서도 역시 두통을 호소해오던 허모씨(당시58세·충북 제천시)가 「안지오×××」이라는 혈관 조영제 주사를 맞고 5분도 안돼 쇼크를 일으킨 후 즉사했다.
또 지난 84년 당시 중학교3학년 학생이었던 전영주씨(21·부산시 범천2동)의 경우, 역시 두통으로 부산K의료원에서 「콘××」라는 혈관 조영제 주사를 맞고 과다출혈을 일으켜 오른쪽 다리를 완전히 잘라내야 했다.
◇사망원인과 문제점=혈관 조영제는 CT나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MRI)촬영에 사용되는 주사제로 혈관이상을 정확하게 찾아내는데 크게 도움을 주는 진단약품이다.
혈관 조영제는 크게 이온성과 비이온성으로 구분되는데 이온성 조영제가 비이온성 조영제에 비해 최고 6배정도의 부작용 위험성을 갖고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혈관 조영제의 부작용은 메스꺼움·구토·알레르기·좌절감 같은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급성신부전증·세포괴사·중추신경이상·심장마비 등 치명적 인체손상도 있다. 이중 사망의 경우, 최고 1만 명당 1명 꼴로 일어날 수 있다는 보고도 있고 미국에서는 실제 10만 명에 6명 꼴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에 밝혀진 우리 나라 사망사고의 경우, 공교롭게도 모두 이온성 조영제에 의한 사고여서 이온성 조영제가 비이온성 조영제에 비해 사망의 위험이 높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의대 박재형 교수(진단방사선과)는 『비이온성 조영제가 이온성 조영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망에 이를 확률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나라의 경우 이온성 조영제가 전체 소요량의 60%이상을 차지, 일본이나 서유럽국가들의 10%선에 비해 크게 높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온성 혈관 조영제가 비이온성에 비해 훨씬 위험한 이유로 ▲약품자체의 강한 화학독성 ▲이온으로 인한 전기부하 ▲높은 삼투압 등을 들고있다.
사망자의 가족들은 또 『이들 혈관 조영제주사가 주로 치료기사·인턴·레지던트 등 전문의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놓아졌다』는 점을 들어 의료진의 처치 미숙을 주장하고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누가 주사를 놓더라도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릴 수 는 없다. 사망의 주된 이유는 특이체질에 의한 것이고 이는 1백cc를 맞으나 1cc를 맞으나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부산K의료원의 전씨 사고의 경우 사망이 아닌 다리절단의 결과로 보아 환자가족들은 의료진의 「처치 미숙」을 주장하고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들 사고의 경우 모두 특이체질·과민반응 등에 대한 사전 예비테스트 없이 혈관조영제주사가 놓아졌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예비테스트에서 과민반응을 보인 사람도 실제 검사에서는 괜찮을 수 있고, 예비테스트에서 정상을 보인 사람도 검사과정에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사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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