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결별 수순 밟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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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김근태 당의장(오른쪽에서 둘째)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청와대의 여.야.정 회의 제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한나라당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화가 단단히 났다. 27일 노무현 대통령의 만찬 제의도 거부했다.

25일 당.정.청 4인 회동에서 "대통령이 열린우리당과 함께 갈 것인지 말 것인지 답하라"며 최후 통첩을 했던 그다. 만찬 거부는 사실상 노 대통령과 결별 수순을 밟는 것이란 게 측근들의 얘기다.

김 의장은 8월 "독배를 마시는 심정으로" 당 의장에 오른 뒤 노 대통령에 인내해 왔다는 게 그쪽의 입장이다. 당내에선 김 의장에 대해 "노 대통령에게 할 말도 못하느냐. 답답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김 의장은 최근 네 차례나 노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김 의장은 이제 결단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고 이 같은 결심을 25일 당.정.청 4인 회동에서 통보했다.

김 의장 측 관계자는 "12월 9일까지 비상대책위원회가 정계 개편과 관련한 보고를 의원들에게 하기로 돼 있다. 그래서 25일 4인 회동에서 청와대에 명확한 답을 줄 것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어이없는 여.야.정 정치협상 회의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한마디 상의 없이 노 대통령이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한 것에 대해 김 의장은 분노했다고 한다.

김 의장과 가까운 한 중진은 "청와대가 여.야.정 정치협상 제의를 해놓고 충분히 당에 설명했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설명할 사안이냐. 당연히 논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김 의장이 화가 안 날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여기에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과 부동산 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당과 사전 조율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발표한 것도 김 의장의 한계를 시험했다.

김 의장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인 다음 달께 의장직에서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김 의장의 전격적인 행동에는 이제 '마이 웨이'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내년 대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노 대통령과 김 의장 간의 갈등 심화는 정계개편 소용돌이에 휩싸인 여권을 급속도로 분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신용호.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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