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글로벌 패션 기업을 기다리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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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LVMH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이미지 구축 마케팅으로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럭셔리의 개념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그렇다면 아르노 회장은 왜 럭셔리 산업을 타깃으로 삼은 것일까.

프랑스 저널리스트 이브 메사로비치가 그를 인터뷰해 쓴 '나는 내 꿈에 뒤진 적이 없다(원제 La Passion Creative)'를 보면 그는 "프랑스의 럭셔리 산업 분야는 그 브랜드의 지명도 덕분에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수성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고 말한다. "만약 내가 디오르를 인수하지 않고 그에 버금가는 또 다른 유명 브랜드를 창설하려고 했다면 아무런 성공의 보장도 없이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패션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 중인 한국 패션계로선 부러운 대목이다. 우리에겐 프랑스만큼의 관련 인프라가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지난해 독일 패션 브랜드 MCM을 인수한 성주 D&D 관계자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외국 럭셔리 브랜드가 버티고 있는 마당에 우리 브랜드를 키우는 것보단 M&A를 통한 지름길을 찾으려는 겁니다." 세계의 패션 시장은 한국의 자생 브랜드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대자본의 힘을 빌어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패션 선진국의 상황과는 달리 한국 패션 시장은 사실 고만고만한 회사들의 이전 투구 양상이다.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나타났다 사라지는 브랜드는 수없이 많다. 제일모직과 LG패션, 코오롱 같은 재벌 계열사 정도가 한국 패션 산업의 대자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런 재벌 계열 패션 회사들의 운신의 폭은 크지 않은 편이다. '재벌이 돈 되는 것은 다하려고 한다'는 비판 시각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 패션 산업도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재 확보와 자본 투입이 결정적이다. 패션을 그저 내수 시장 돈벌이용이 아닌 글로벌 비즈니스로 인식하는 기업의 관심도 필요하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10년 전만 해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의 휴대전화가 지금은 전 세계인이 선망하는 명품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는가. 한국 패션 브랜드도 그렇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조도연 기자

◆'Mr. 아줌마'시리즈는 이번 회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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