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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정성호 환영했는데…野 '의대 정원 확대' 침묵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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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부에서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여권 비주류인 유승민 전 의원과 친명계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잇따라 환영 메시지를 냈지만, 정작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의 공식 논평조차 내지 않고 있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으나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좌초했던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4선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무능ㆍ무책임ㆍ무대책의 3무 정권이 드디어 좋은 일을 하나 하려는가 보다”라며 “말이나 검토가 아니라 진짜 신행한다면 역대 정권이 눈치나 보다가 겁먹고 손도 못 댔던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의사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기한을 정해 협의체를 만들어 근본 대책을 세우는 합의를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사건건 윤석열 정부에 쓴소리해온 여권 비주류 유승민 전 의원도 모처럼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필수의료 분야와 지방의 심각한 의사 부족에 대응하고, 의사 과학자 인재 양성 과제까지 고려한다면 의대 정원 확대는 필요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의사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최대한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입법 주도권을 쥔 제1야당 민주당은 미묘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기조였던 공공 의대 설립ㆍ의대 없는 지역에 우선 고려ㆍ필수 인력 확보방안 마련이라는 세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며 “단순 증원은 일부 인기 학과ㆍ대학에 쏠림 현상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의대 증원 논의에 핵심으로 참여한 의원은 “지역 의무복무제ㆍ의료사각지대 해소와 같은 공공성 탑재가 핵심”이라며 “‘1000명 늘리자’는 구호만 있고 왜 늘리는지에 대한 답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특히 ‘호남지역 공공 의대 설립’ 없이 기존 의대 정원만 늘어나는 건 아닌지 부쩍 신경 쓰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2013년 서남대 의대 폐교로 남은 정원 49명을 활용해 전북 남원에 국립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자고 수년간 주장해 왔다. 전라남도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맞춰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남에만 의대가 없다”며 목포·순천에 의대 신설도 추진해 왔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전남 목포시)은 통화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고 해 전남이 우선권을 가졌다는 건 암묵적으로 동의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의사제 없는 증원은 앙꼬없는 찐빵”이라며 “의대 신설 문제와 지역의사제 논의가 정원 확대에서 빠지면 국민적 저항에도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사진.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사진. 연합뉴스

그간 민주당이 ‘독선·독주’라 비판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계 반대까지 힘으로 뚫어내고 민주당이 추진했던 정책을 관철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야권 입장에선 아이러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국민 지지를 확보하고도 코로나 19 확산 국면에 ‘의료계 집단 반발’이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의사들이 강자에게는 약한 경향이 있어 민주당 정부에는 마구 대들고 현 정부에는 납작 엎드릴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워낙 눈치를 안 보는 스타일이니 의사들이 전처럼 반대는 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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