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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몰린 고르비에 일단 “숨통”/러시아공 새 연방법 수용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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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조약 거부한 다른 공화국에 큰 영향
소련 최대공화국인 러시아공화국이 11일 최고회의(의회)에서 신 연방법 수용을 결정함으로써 연방해체의 위기에 당면해온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일단 어느 정도의 승리를 안겨주었다.
비록 이날의 결정이 『러시아공화국의 주권과 별도의 헌법이 존중되는 경우에 한해 새 조약에 조인할 것』이라는 단서규정을 달고는 있지만 이 결정은 신 연방법안의 토의조차도 거부할 듯한 움직임을 보여온 대다수 공화국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신 연방법안을 지난달 각 공화국 최고회의에 제시했을 때 이에 찬동의사를 밝힌 공화국은 중앙아시아의 타지크공화국 1개뿐이었으며 발트 3국과 그루지야공화국은 분명한 거부의사를 밝혔었다.
또한 고르바초프와 정적관계에 있는 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은 중앙정부가 15개 공화국의 주권 헌법을 인정하고 보다 더 폭넓은 정치·경제적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동의한 후에야 신 연방법안 협상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었다.
그간 옐친은 연방존재마저 무시하듯 러시아공화국과 우크라이나공화국,카자흐공화국간의 새로운 협약을 체결했고,주권선언을 한 공화국들의 연합회의체를 결성했다. 그는 또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신 연방법안과 대치되는 새로운 연방관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었다.
러시아공 의회의 이번 의결은 옐친의 반대의사를 번복하고 이루어진데다 『러시아공화국은 연방의 테두리밖에서 존재할 수 없다』는 고르바초프의 강경한 발언과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내 보수파 의원들의 『공화국의 주권도 좋지만 러시아공화국이 연방의 붕괴를 재촉하는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는 우려의 주장끝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한편 최근 강경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고르바초프는 신 연방법에 가장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4개 공화국(그루지야공화국 및 발트3국)을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내는데 모종의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즉 타스통신과 인테르팍스 통신 보도에 따르면 고르바초프는 새로운 행정개혁시 이들 지역의 영향력 있는 인사를 고위직에 임명하는 한편 공산당을 동원,이들 지역의 급진민족주의 정권과의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고르바초프가 10일 공산당 중앙위 총회에서 『민족주의자들이 정권을 장악한 공화국에서 승리를 역전시키는 것은 당원들에게 달려있다고한 발언과 푸고 전라트비아공화국 KGB총책의 내무장관 임명,그루지야 출신인 셰바르드나제의 총리 지명설,나제르바예프 카자흐공화국 대통령의 부통령 지명설 및 그루지야공화국내 소수민족 자치구인 오세티아자치구의 반그루지야 태도표명 등은 치안유지·연방결속 등을 내세운 강경책 실천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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