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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 종아리는 '짝짝이'다, 그래서 이틀마다 걷는 그곳 [호모 트레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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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호모 트레커스

호모 트레커스는 걷기가 생활이 된 사람의 노하우와 철학을 전한다. (앞줄부터) 산악인 남난희씨와 김순식씨, 엄홍길 대장, MZ세대, 금강스님, 김영주 기자, 맨발로 걷는 사람들. [중앙포토]

호모 트레커스는 걷기가 생활이 된 사람의 노하우와 철학을 전한다. (앞줄부터) 산악인 남난희씨와 김순식씨, 엄홍길 대장, MZ세대, 금강스님, 김영주 기자, 맨발로 걷는 사람들. [중앙포토]

엄홍길(63) 대장은 25년 전 히말라야 등반 사고로 발목이 돌아가고, 그 후유증으로 왼쪽·오른쪽이 짝짝이가 된 채로 살았다. 그래도 계속 산에 올랐다. 산에 가지 않으면 산악인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상·하체 근육과 밸런스를 잡아 핸디캡을 극복했고, 지금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자택 뒤 북한산 진달래능선을 1주일에 서너 번 걷는다. 그에게 북한산은 발목 치유의 길이다.

땅끝마을 해남에 있는 미황사 주지를 20여 년 한 금강(66) 스님은 달마산 둘레길 달마고도(17㎞)를 기획하고 닦은 주인공이다. 그는 “길은 인공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옛사람이 다니던 길을 잇는 것”이라고 말했다. “걸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묻자, 스님은 “마음이 고요해야 한다. 그래야 지혜가 나온다”고 답했다. 걸음걸이와 함께 마음이 정갈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걷기가 명상이라고 말들 하지만, 마음이 분란하면 소용없다. 2년 전 달마산을 떠난 금강 스님은 반년 전부터 경기도 안성 참선마을(구 활인선원)에 둥지를 틀고 걷기를 통한 참선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여성 산악인 남난희(66)씨는 1984년 부산에서 진부령까지 백두대간을 걸었다. 이후 히말라야 강가푸르나(7455m)를 세계 여성 최초로 등정하는 등 ‘스타 산악인’이 됐다. 그러나 이후 인생 여정이 순탄치 않았고, 지금은 지리산 쌍계사 맞은편에서 혼자 산다. 그는 매일 아침 집에서 쌍계사 불일암까지 왕복 9㎞를 걷는다. 그리고 10여 년 전 떠난 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남북 백두대간을 잇게 해달라고 불공을 드린다. 그에게 지리산은 수행 도량의 길이다. 남씨는 “죽는 날도 걷다가 죽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걷는 인간 ‘호모 트레커스’가 지금까지 만난 이들은 걷기가 삶이자 치유의 과정이라는 점을 몸소 보여줬다. 그들은 저마다 걷기 노하우가 있고, 철학이 있었다. 이들만이 아니다. 주말이면 전국 등산로와 둘레길, 자락길, 황톳길 등에 걷는 이들이 넘쳐난다. 최근엔 맨발 걷기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호모 트레커스도 이를 주목했다. 왜 사람들이 맨발 걷기에 빠져드는지 세세하게 다뤘다. 특히 ‘전국 맨발 걷기 명소 11’은 꼬박 한 달 동안 취재한 길이다. 하루에 맨발로 20㎞ 이상 걸은 적도 있다. 앞으로 호모 트레커스는 걷기가 누군가의 지지대나 버팀목이 돼 준 ‘사회적 걷기’ 사례도 다룰 것이다. 또 국내 걷기 길과 더불어 네팔, 히말라야 등 전 세계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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