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황톳길 걷고 병 나았대”…직접 가봤다, 맨발 성지 11곳

  • 카드 발행 일시2023.09.26

‘호모 트레커스’ 맨발걷기 글 싣는 순서

평일엔 학교 운동장을 걷고 주말엔 지방 황톳길을 찾아다닌다. 토요일은 계족산(대전), 일요일은 문경새재, 이렇게 다닌 지 두 달 됐다. 4시간 걷기 위해 3시간을 운전하지만, 맨발걷기 덕에 삶의 질이 달라졌다. 둘 다 아픈 데가 있는데 다 낫기를 바라면서 하고 있다.

지난달 말, 대전 계족산 황톳길에서 만난 김태봉(65)·박정연(60) 부부가 말했다. 청주에 사는 부부는 그간 다녀본 황톳길 중 문경새재와 계족산이 가장 좋아 우선 순위로 정했다.

전북 순창 강천산 걷기 길 초입에선 맨발걷기에 빠져 이사를 고려 중이라는 부부도 만났다. 광주에서 거의 매일 강천산을 찾는다는 60대 부부는 “시골로 오려고 하는데, 강천산이 맨발걷기에 정말 좋아 근방에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에도 최근 방문객이 50% 늘었다. 현장 관리자는 “지난달 말에 이 길에 황토를 깔고 나서부터”라고 했다. 건강에 민감한 노년층이 많이 찾는다.

‘맨발 노마드(Nomad·유목민)’가 부쩍 늘었다. 주중엔 집이나 직장 근처 흙길을 짧게 걷고, 주말엔 도시락 싸서 맨발 길을 찾는 이들이다. 물론 이들은 여행의 자유보단 치유 또는 치료에 목적을 둔 경우가 많다.
기자는 5주간 전국 맨발걷기로 이름난 곳 십여곳을 다녔다. 계족산 황톳길과 문경새재 1~3관문, 함양 상림, 강천산 등 맨발걷기로 이름난 곳엔 시간을 내서 찾는 이들이 많았다. 주말 맨발걷기 투어에 나선 이들은 “돈 안 들이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아래 ‘전국 맨발 명소’는 전국 40여곳에 지부를 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의 추천을 받은 뒤 직접 검증했다. 물론 아래 리스트 외에도 많지만, 소문난 걷기 길 위주로 선정했다. 앞서 맨발걷기 1편에서 전문가들은 자기 주도적인 걷기 방법과 스케줄을 짜라고 조언한다. 맨발걷기는 아직 초창기라는 점을 고려해 나에게 맞는 걷기 노하우를 찾으라는 뜻이다. 전국 맨발걷기 명소를 서울·수도권과 지방으로 구분해 소개한다.

서울·수도권  

① ‘맨발 성지’ 서울 대모산  

서울 강남구 대모산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 김영주 기자

서울 강남구 대모산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 김영주 기자

설악산·지리산을 즐겨찾는 트레커에게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대모산(293m)을 주말 여행지로 추천한다면 “거기도 산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맨발걷기를 처음 시작한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 발목·무릎에 부담주지 않는 완만한 경사의 흙길, 특히 딱딱한 나무 테크나 야자수 매트가 없는 흙길을 서울 근교 산에서 찾기는 힘들다. 돌과 바위가 많은 북한산·관악산·인왕산·안산에 비교해보면 금세 알게 된다. 이런 데를 맨발로 하면 발바닥 피부가 깎인다.

또 등산화를 벗고 걸으면 평소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보게 된다. 그동안 무심했던 내 몸의 밸런스, 왼발과 오른발의 힘의 분배 등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간 신발이 하던 일을 발이 하기 때문이다. 운동과 명상뿐 아니라 내 몸을 살펴보는 시간이 갖게 된다는 뜻이다. 해보니 정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