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정상석’에 빠졌다, 요즘 MZ세대 등산하는 법

  • 카드 발행 일시2023.09.05

‘호모 트레커스’ 이번엔 MZ 세대의 산행입니다

요즘 MZ(20·30) 세대의 트렌드가 산이라고 합니다. 이로 인해 힙산(힙합+산)·산스타(산+인스타그램)·줍킹(클린 하이킹) 등 생소한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서울 중심에 있는 남산·인왕산과 근교 청계산은 이들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랩니다. 이들은 주중·주말을 가리지 않고 모여서 산에 갑니다. 가끔 퇴근시간 지하철역에 모인 20·30 직장인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오늘의 행선지를 정하고, 처음 만난 이들과 함께 ‘오늘의 운동 목표’를 완료하는 게 트렌드입니다.

걷는 인간 호모 트레커스 3편은 ‘MZ들은 왜 산을 좋아하게 됐을까’입니다. 올해 오십(1974년생)인 에디터가 이틀에 걸쳐 MZ와 함께 산에 가봤습니다.

에디터가 평소 참여하는 산행 모임은 딱 한 군데입니다. 모임은 총 6명인데, 이 중 기자를 뺀 나머지는 모두 58·59년생 형님들입니다.
주로 은퇴한 형님들과 산에 가다가 이번엔 그만큼 차이 나는 한참 아래 동생뻘들과 산에 간 셈입니다. 지난 7월 28~29일 함께 산행한 MZ세대(1980년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는 30대 초·중반이 주를 이뤘고, 20대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어땠냐고요? 동생들에게 왕따당하지 않고 무난히 잘 다녀왔습니다.

오십대 아저씨가 처음 만난 20·30대와 함께 산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쉽고 간단했습니다. 모바일 앱에 접속하니 당일 산행 프로그램이 즐비합니다. 참가비도 저렴하고, 딱히 나이 제한을 두지 않는 것도 장점이죠.

프립·엑스크루 등이 대표적인데, 그중 “초보자가 많다”고 입소문이 난 엑스크루에 가입하고 산행 프로그램을 검색했습니다. ‘비 온 뒤 깨끗하게 즐기는 남산 야경’이 눈에 띄었다. 오후 7시30분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 모여 남산타워까지 30분 정도 걸은 뒤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당일 오전에도 예약이 가능했고, 참가비는 650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가입 포인트’ 5000점을 써 1500원에 결제했습니다.

남산타워는 에디터가 평소 사무실(남대문 인근)에서 점심 약속이 없을 때 산책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여길 다녀오고 “산행을 했다”고 하기엔 멋쩍을 것 같아, 29일 충북 영동의 민주지산(1241m) 당일 산행을 추가로 예약했습니다. 상품 이름이 ‘이거지! 내가 보고 싶었던 정상석’이다. 정상석? 나중에 알고 보니 MZ가 산에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정상 이정표(정상석)’에서 사진 찍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정상에 오른 성취감 못지않게 정상 사진을 중요하다는 의미겠지요.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다음은 MZ 세대들과 두 번에 걸친 산행기입니다.

퇴근 후 남산, 야등 후 치맥

지난달 28일 엑스크루 남산 야간산행 참가자들이 남산공원 계단을 오르고 있다. 김영주 기자

지난달 28일 엑스크루 남산 야간산행 참가자들이 남산공원 계단을 오르고 있다. 김영주 기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남산을, 그것도 금요일 퇴근 시간 후에, 낯선 사람들과 함께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의문을 품은 채 오후 7시, 회현역 4번 출구에서 일행들을 기다렸다. 약속시간이 다가올수록 ‘어떤 이들이 나올까?’ ‘대부분 20·30대라는데, 괜히 내가 물을 흐려놓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기대가 되기도 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산에 간다는 것, 아저씨가 MZ세대와 함께 산행한다는 것이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약간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날 회현역 4번 출구엔 2개의 ‘크루’ 그룹이 모였다. 하나는 톡톡이라는 앱을 통해 모인 남산 러닝 프로그램, 그리고 엑스크루의 남산 야간등산(야등)이었다. 러닝 모임이 좀 더 일찍 모였는데, 처음엔 여긴 줄 알고 갔다가 한참을 얘기하다 보니 번지수가 틀렸다는 걸 알았다. 뻘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