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투증권 경영권 4000억에 팔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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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푸르덴셜금융그룹의 현투증권 경영권 인수대금이 약 4천억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지난 3월 정부와 푸르덴셜 측이 맺은 양해각서(MOU)상의 가격(5천억원)보다 약 20% 적은 것이어서 헐값 매각 논란이 예상된다.

3일 금융감독위원회.재정경제부.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금감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현투증권 매각을 위한 푸르덴셜 측과의 합의내용'을 최근 공자위에 보고했다.

합의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본계약 체결 후 현투증권을 완전 감자한 뒤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2조5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 현투증권의 경영을 정상화시킬 예정이다.

예보는 투입되는 공적자금 중 일부로 현투증권의 부실 펀드(장부가 펀드)를 인수한 뒤 금융시장에서 곧 되팔아 3천억원을 회수할 예정이어서 실제 공적자금 투입 규모는 2조2천억원이 된다.

예보는 이 돈으로 현투증권의 누적결손(2003년 9월 말 현재 자기자본 마이너스 1조6천5백억여원)을 메우고 새 회사를 만들어 지분 80%와 경영권 매각대금의 약 70%에 해당하는 상환후순위채(우선주 성격의 채권)를 발행해 푸르덴셜 측에 경영권을 넘기게 된다.

예보는 또 본계약 체결 3년 후 보유지분 20%를 약 2천5백억원에 푸르덴셜에 넘겨 현투증권 지분을 완전히 정리할 계획이다.

현투증권을 팔아 정부가 받을 돈은 경영권 매각대금을 합쳐 모두 6천5백억원 정도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또 현투증권의 잠재부실에서 발생하는 추후 손실보전과 관련, 본계약 체결 후 3년간 후순위채(CBO)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따른 손실만을 보전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매각대금은 EBITDA지표(영업력과 부도위험을 동시에 고려한 기업가치 평가기준)를 사용해 산정된 것이기 때문에 헐값 매각 시비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3년 뒤 나머지 지분을 넘길 때 첫 매각 가격보다 25% 정도 비싼 값을 적용(EBITDA에 9~9.5배 적용)하기로 양측이 합의한 만큼 정부로서는 받을 수 있는 충분한 돈을 받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투신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매각대금이 당초 MOU 상의 가격보다 1천억원 가량 낮아진 것은 MOU 체결 이후 카드채 등 현투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추가 부실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매각대금이 20%나 깍인 것은 현실에 비해 지나친 것"이라며 "푸르덴셜의 현투증권 경영과정에서 추가 부실에 따른 손실규모가 커지면 어차피 헐값 매각 시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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