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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에 끌려다닌다" 美경기 경착륙 우려…국제유가도 5%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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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미국 국채금리가 고공비행하면서 미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가 계속해서 높아지면 기업의 차입 비용이 늘어날 뿐 아니라, 투자와 고용·경제활동에도 부담이 커져서다. 국제유가는 미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해 하루 만에 5% 급락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735%,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4.863%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전날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4.884%까지 오르며 16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던 금리를 그나마 끌어내린 건 이날 고용통계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가 발표한 9월 민간 부문 고용 지표다.

9월 민간고용은 전월 대비 8만9000건 증가했는데, 이는 8월 수치(18만건)와 예상치(15만3000건)를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과열된 고용시장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데, 전망보다 낮은 수치가 나오자 시장은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지표로 보고 반응한 것이다. 이날 뉴욕증시 주요 지수도 반등에 성공했다.

‘금리 공포’가 약간 진정되긴 했지만, 큰 흐름은 바꾸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해리스 파이낸셜그룹의 매니징파트너 제이미 콕스는 “시장은 금리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전략분석가도 “증시의 큰 추세는 하락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기 국채금리 상승, 증시 조정, 강달러 국면이 이어지면 내년 미국과 세계 경제가 크게 둔화할 소지가 있다”며 “경제 연착륙에 대한 희망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채 금리가 계속해서 오를 경우 미국 정부가 차입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데, 이미 미 부채는 지난 8년간 2배가량 급증해 약 26조달러(약 3경5000조원)에 이른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오르자 모기지 금리가 8%에 가까워지며 2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는 등 가계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7월 말부터 시작된 긴축적 금융 상황이 지속하면 향후 1년 새 경제생산이 1%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 WSJ은 “성장세에 대한 우려, 부채를 시장이 받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장기 국채금리 상승 원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며 “경제지표 악화 혹은 금융 불안 사태가 발생해야 장기 국채금리 급등세가 진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5.11달러(5.6%) 하락한 배럴당 85.81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역시 전장 대비 5.01달러(5.6%) 하락한 배럴당 84.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9월 이후 최대 낙폭으로, 유가가 한 달 전 가격으로 돌아선 것이다. 캘럼 맥퍼슨 인베스텍 애널리스트는 "원유 공급 차질에 초점을 뒀던 시장의 관심은 이제 고금리 장기화와 그에 따른 거시경제 환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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