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합』이 통일 주춧돌|「남북한 통일의 전망」세미나(정창영 교수 발표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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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통일음악회·고위급회담 등 남북간 교류가 계속되는 가운데통일에 대한 세미나와 토론회가 활성화되고 있다.
독일방식이나 예멘방식에서 통일모형을 찾기도 하고 남북한통일문제의 특수성을 놓고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5일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원장 김달중 교수)은「독일의 정치·사회·경제통합과 한국통일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을 가졌다.
이 세미나에서 남북한 통일과정과 관련, 주목을 끈 연세대 정창영 교수(경제학)의 「남북한의 경제통합」에 관한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북한은 단기적으로 현재의 스탈린주의형 정치·경제구조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결국 대부분 사회주의국가에서 벌어지는 「개혁」과 「개방」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 추세가 남북한관계에 영향을 미쳐 남북간 교역·경제협력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통일을 위한 「경제통합」의 기초가 마련될 것이다.
45년이래 남북간 경제교류는 주로 상품교역에 그쳤고 인적 교류는 없었다. 교역도 제3국이나 해외동포를 통한 간접무역 형태였으나 남북간 직접거래는 없었다. 최근 교역에서 나타난 특징은 남한에 유입된 북한상품이 주로 농수산품·페인트류 같은 간단한 제품들이라는 것.
이들 상품은 일부 기업들이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다른 상품의 구매동기를 충동하기 위해 주로 「광고」목적으로 수입한 정도다. 따라서 지금 남북한간에 진정한 상품교역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북한은 현 단계에서 자력갱생의 원칙을 고수, 현 수준이상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이 점은 남북간의 어떤 경제교류도 항시 중단될 위험이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북한이 60년대 후반까지는 남북경제교류에 큰 관심을 보인 적이 있다.
70년대 이후에는 남한이 경제교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별 성과는 없었지만 남북의 각 제안을 보면 공통점도다소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무역가능 한 상품종류, 지하자원 공동개발, 공동어로수역 설정, 끊어진 철로 복구, 경제협력위원회 설립 등에서 남북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는데 이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84∼85년의 경제회담 진행경험이 소중하다.
남북한이 경제통합에 이르는 과정은 몇 단계로 상정될 수 있다. 즉 상품교역(직접무역)→경제인 교류→편의시설 상호 이용→경제협력→경제통합의 단계를 거치게 될 것이다.
남북한 경제통합은 유럽경제공동체 유형이나 독일통일방식과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이 각각 자신의 경제정책을 조정할 수 있을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경제회담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로는 상품교역과 경제협력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특히 북한측은 상품교역보다 경제협력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의 상품교역에서는 비교우위원칙이 엄격히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이 남한의경제적 우위와 비교우위원칙자체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상품교역에서는 유사한 범주의 상품을 거래하는 것으로「정치적」타결을 볼 것이다.
교역 가능한 상품류가 많을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수출가능 한 상품이 많지도 않고 몇몇 수출항목들은 이미 장기베이스로 계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품 질의 빈약도 수출증가의 장애요소다. 북한으로서는 당분간 대남 상품수출을 연간 3억 달러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 보아 북한의 수출능력이 커지지 않을 것이고 지불적자상태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는 남북한간에 신용 및 대부문제를 제기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남측경제인 입장에서는 남북교역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과당경쟁도 피해야 한다. 교역의주목적을 남북한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신뢰구축에 둬야한다.
경제협력 폭이 상품교역보다 전망이 밝다. 협력범위는 이미 남북경제회담에서 가시화 됐었다.
첫째, 북한의 지하자원을 남한장비와 북한노동력으로 개발할 수 있다.
둘째, 공동어로 수역을 설정하거나 어획·가공합작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셋째, 양측의 관광자원개발 역시 가능한 협력분야다. 북한이 남한 및 해외에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넷째, 양측은 항로·철로·고속도로를 서로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은 북한에 서방국가들과 직접적 연계를 가능케 해 수출을 증대시킬 것이다.
다섯째, 다양한 산업분야의 합작기업 설립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석유산업의 경우 남한이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 공장을 설립하고 생산품을 제3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 또 제3국에서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남북한의 경제협력은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진정으로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북을 돕는다」는 원칙에 기초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경제통합의 길이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다방면의 교류학대 없이는 재통일의 지름길을 찾을 수 없다. 세계적 변화를 고려해 볼 때 남북한사이에 일련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유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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