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결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하(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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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내 경제구조 서둘러 재조정/농산물·서비스시장 개방 불가피/통상압력·농민설득 정부 2중고
UR협상타결 시한이 연기돼 정부입장만 더 어정쩡하게 된것 같다.
1∼2개월 더 기다린다고 협상결과가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는 흐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협상이 질질 끌어져 공연히 국내대응책 마련만 늦어지고 미국의 통상압력·대 농민문제 등 새로운 골칫거리만 생기게 됐기 때문이다.
UR협상이 결렬이 되든 타결이 되든 농산물·서비스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는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정부는 UR연기로 한편으로는 UR협상을 진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UR와 별도의 대미통상회담·GATT(관세 및 무역협정)에 대한 농산물수입자유화 계획제출,대 농민설득을 해야하는 2중의 부담을 지게됐다.
또 하루빨리 서둘러야 하는 농업구조조정도 그만큼 늦어지게 됐다.
장원석교수(단국대)는 『UR와 상관없이 BOP(국제수지)졸업에 따라 어차피 수입개방 물결은 닥쳐오게 돼 있다』고 지적하고 『BOP졸업후 농산물개방 상황을 2년마다 심사하게 되어있고 현재 BOP졸업의 전제가 됐던 무역수지흑자가 다시 적자로 돌아선만큼 앞으로 협상력을 BOP문제에 집중,다시 농산물수입 제한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UR협상에서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한다는 지적이 있다.
허신행 농촌경제연구원장은 『NTC(비교역적품목)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국내농산물값이 국제시세에 비해 워낙 비싼만큼 시장개방에 필요한 충분한 유예기간을 얻는데 최대한 노력하고 그동안 품목별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UR협상이 타결되지 못함에 따라 쌍무적인 압력은 더욱 거세질게 분명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17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무역실무위원회에도 전향적인 자세로 참여,미측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이번 UR협상에 실패한 미측의 입장에도 이해를 보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현재 한미간의 통상현안은 미국의 과소비추방 캠페인·피칸(땅콩의 일종) 및 딸기검역 완화·쇠고기 동시구매제도 개선·담배소비세의 차별적 배분·관세율 인하 연장·와인쿨러 관세인하 등이다.
이중 우리의 세제개편에 따른 법개정사항인 세율 인하문제를 제외한 나머지는 미국요구를 대부분 들어주겠다는게 정부방침인 것 같다.
과소비억제운동을 둘러싼 한미간의 통상마찰문제와 관련,정부는 이미 입장을 정리했다. 과소비 억제운동이 수입규제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이승윤부총리의 『과소비억제운동이 수입규제나 외국상품에 대한 차별대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발언이 이를 말해준다.
노태우 대통령도 7일 쓸데없이 한미통상마찰을 야기시킬 수 있는 언행을 하지 않도록 이부총리등에게 지시했다.
UR연기는 농산물시장 개방에 따른 정부대응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정부는 지난해 GATT의 국제수지조항(국제수지 적자를 이유로 수입규제가능)을 졸업,농산물수입자유화 계획을 GATT에 내도록 되어 있다.
정부는 이 약속에 따라 내년 3월과 94년에 농산물 수입자유화 예시계획서를 GATT에 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UR가 타결됐으면 내지 않아도 됐을지 모르는 2차 농산물수입 자유화계획서를 내년 3월까지 GATT에 제출하기 위해 작업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농민등 관련단체의 압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결국 일이 어떻게 풀리든 피할 수 없는 개방에 맞춰 국내경제 구조를 다시 짜는 길밖에 없다.<이석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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