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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나노칩 개발 성공했지만, 중국 반도체 자립까진 먼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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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8일 중국 상하이 화웨이 매장에 전시된 ‘메이트60프로’의 모습. 미국의 규제를 뚫고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밝혀지자 미국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 중국 상하이 화웨이 매장에 전시된 ‘메이트60프로’의 모습. 미국의 규제를 뚫고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밝혀지자 미국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도 중국 화웨이가 첨단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를 보란 듯이 출시하면서 미·중 기술분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된 반도체가 당국의 수출 규제를 위반했는지 조사하는 한편, 미 반도체지원법으로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확대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규정 강화를 시사하고 나섰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보조금의 단 1센트도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도록 바짝 경계해야 한다”며 “(가드레일 규정이) 몇 주 안에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방중 기간(8월 27~30일) 화웨이가 신제품을 내놓은 데 대해선 “기분이 언짢았다(upset)”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가드레일 규정 강화는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중국이 7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칩을 만들었다는 건 미국의 제재 효과가 미약했다는 의미인 만큼, 구형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까지 규제하는 식으로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도 “그간 미국의 대중 반도체 봉쇄를 최대 업적으로 삼고 내년 대선을 기대했던 민주당과 조 바이든 정부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을 것”이라며 “더욱 철저한 기술 봉쇄를 추진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미국은 그간 14나노 이하인 첨단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도록 기술·장비·제품 수출을 제한해왔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는 미국이 제재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아니라 기존에 수입해 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사용해 7나노 칩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회사 TSMC가 2017년 개발한 멀티 패터닝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여러 차례 작업을 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고 수율(양품률)도 떨어진다.

중요한 건 중고장비와 낡은 기술만으로 7나노급 공정을 구현해냄으로써 미국의 기술 봉쇄를 뚫었다는 점이다. 전 소장은 “중국은 1·2기 3328억 위안에 이어 3000억 위안(약 55조원) 규모의 3기 반도체 펀드를 출시하고 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집중 투자하려 하고 있다”며 “더는 미국 기술에 의존한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반도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테크인사이트는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율이 2012년 14.0%에서 2022년 18.2%로 증가했고, 2027년에는 26.6%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현재 제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반도체 자립 생산은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1~13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탐방한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제재는 여전히 유효했고, 생존 전략 확보를 위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7나노를 구현한 SMIC의 공정은 낮은 수율로 인해 시장성은 상당히 떨어진다. 향후 미국의 제재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노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장비 국산화율이 50%까지 상승하겠지만, 반도체는 특정 공정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 공정도 무의미하다”며 “국산화율이 높다는 게 해외 기술 없이 반도체를 자립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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