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만화의 개념 바꾼 "천부적 이야기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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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던 만화가 요즘은 남녀노소가 모두 즐겨 찾을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다.
단행본뿐 아니라 잡지·신문·사보 등 거의 노는 출판물에 만화는 빠져서는 안될 필수요소가 됐으며 심지어 정부의 정책 홍보물에도 만화가 이용되고있다.
이처럼 만화의 수요가 홍수처럼 쏟아지자 만화가들의 일감이 늘어나게 됐고 아울러 만화스토리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등장시켰다.
일반적으로 만화는 만화가 혼자서 구상하고 그려내는 것으로 알고있으나 그건 이미 오래 전 얘기고 몇몇 만화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스토리작가가 만든 대본에 입각해 만화를 그리고 있다.
즉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치밀한 구성으로 만화의 내용을 결정하는 이야기꾼들이 만화스토리작가들이며 소위「수준 있는 만화」「의식 있는 만화」가 생겨남으로써 만화의 개념을 바꿔놓은 것도 바로 이들의 공으로 돌릴 수 있다. 현재 전문적으로 만학스토리만 쓰는 작가만도 30명이 넘으며 겸업하고 있는 작가까지 합치면 꽤 많은 편이다.
스토리작가들끼리 만든 클럽도 세 군데가 있으며 일부는 만화가와 전속으로 팀을 이뤄 활동하기도 한다.
인기만화가 한희작씨에게 대본을 제공하고있는 임웅순씨(45)는 경력·내용·수입 등 모든 면에서 일급작가에 속한다.
『만화스토리작가는 글재주보다는 아이디어가 우선입니다. 아무리 문장력이 뛰어나도 만화적인 재미가 없다면 성공하기 힘들죠.』
임씨는 현재 서울손자병법(주간경향)▲오피스단편(주간만화)▲데카메론(일요신문)▲서울아리랑(스포츠조선)▲신 아마조네스(여성자신)등 한씨가 연재하고 있는 모든 만화의 스토리를 쉴새없이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스토리작가들은 만화가의 이름에 묻혀 밖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임씨는 워낙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인해 자신의 이름으로도 활동하고있다.
『아이디어는 주로 사람들과 얘기하는 중에 얻고 때로는 책이나 영화 같은 데서 연상하기도 하죠. 완전한 장작이기 때문에 실제얘기는 거의 없고 그래서 더 재미있는지도 모릅니다.』
지난80년부터 본격적인 스토리작가로 활동해온 임씨도 처음에는 만화가 지망생이었다. 열 다섯 살 때인 60년 청운의 꿈을 안고 만화가의 문을 두드렸고 한씨도 이때 만난 친구다.
84년 한씨와 손잡고 만들어 낸 서울손자병법이 대 히트를 쳤고 그후 임씨는 일급 작가로 대우받으며 한달 수입이 5백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됐다.
『정치만화·기업만화·시대만화 등 만화도 전문화되고있어 스토리작가들이 공부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엉터리만화」가 되기 쉽습니다.』
80년대 중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공포의 의인구단」이후 만화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고 지금도 만화의 절대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 작가의 전망은 무척 좋은 편이나 일부에서 제기되고있는 저질만화나 해적판 만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스토리 작가의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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