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남은행 횡령액 3000억 육박…그 직원 15년간 PF만 담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남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액이 29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횡령 직원은 15년간 해당 업무에만 종사하면서, 대출 서류 등을 위조해 가족 및 지인 계좌로 돈을 빼돌렸다. 하지만 경남은행과 BNK금융지주는 이에 대한 내부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총 2988억원 횡령…다른 PF 상환액으로 ‘돌려막기’도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의 모습. 연합뉴스

20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경남은행 횡령사고에 대한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경남은행 투자금융부 직원 A씨는 지난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부동산 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PF 사업장에서 총 2988억원을 횡령했다.

횡령 수법은 ▶대출금 횡령 ▶대출 상환자금 횡령 크게 2가지였다. A씨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 사이 시행사가 PF 대출을 요청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인출요청서 등 대출 서류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실행했다. 대출금은 A씨가 무단 개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행사 명의의 또 다른 계좌나 A씨의 가족 및 지인 또는 그들과 관련된 법인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 이런 방식으로 5개 시행사 이름으로 횡령한 대출금이 총 13회에 걸쳐 1023억원이다.

경남은행 횡령

경남은행 횡령

A씨는 시행사가 정상적으로 갚은 대출 원리금(원금과 이자의 합)도 중간에서 빼돌렸다. A씨는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5월 사이 16개 시행사가 갚은 대출 원리금을 대출 서류를 위조해 A씨 가족 및 지인 또는 그들과 관련한 법인 명의 계좌로 빼돌렸다. 이렇게 횡령한 금액이 64회에 걸쳐 1965억원에 달한다.

특히 A씨는 대출 원리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다른 시행사 계좌로도 돈을 받았다. 자신의 횡령 사실을 감추려고, 또 다른 사업자의 대출 상환액으로 ‘돌려막기’ 한 것이다. 금감원이 파악한 횡령액 2988억원은 이런 돌려막기 자금까지 모두 포함한 것으로 실제 은행이 손실을 본 자금은 595억원이다.

횡령 알고도 지연보고…15년간 PF 업무만 맡겨 

경남은행 횡령

경남은행 횡령

금감원은 A씨의 횡령 전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지주사인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심각한 내부통제 결함도 확인했다.

우선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이 지주로 편입한 2014년 10월 이후 고위험 업무인 PF 대출 취급 및 관리에 대해 점검을 한 사례 없었다. 경남은행에 대한 BNK금융지주 자체검사에도 현물 점검 외 본점 사고 예방과 검사 실적이 전무했다.

횡령 사실도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 모두 지난 4월 초에 인지했지만, 경남은행은 자체조사 필요하다는 이유로 금융당국 보고를 지연했다. BNK금융지주도 7월 말에서야 자체 검사 착수했다.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서, 해당 직원은 7월까지도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남은행 횡령

경남은행 횡령

특히 사고 당사자인 경남은행은 PF 대출 관련 여신 및 인사관리 사후점검 등 내부통제가 부실했다. 우선 대출금 지급 시 대출약정서에 명시한 정당 계좌를 통해서만 대출금을 지급하도록 통제하는 절차가 없었다. 또 대출을 갚을 때 업무처리 절차도 규정하지 않았고, 대출 실행 또는 상환할 때 해당 내용을 차주에게 통지하지 않았다.

인사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A씨는 15년간 같은 부서에서 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신이 취급한 PF 대출의 사후관리까지 동시에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A씨에 대한 명령휴가는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명령휴가란 금융사가 직원에게 불시에 강제 휴가를 가도록 지시하고, 휴가 기간 해당 업무에 비리나 부정이 없었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감사에서 빠지거나 감사해도 발견 못 해

경남은행 횡령에 사용한 위조 대출 서류. 금융감독원

경남은행 횡령에 사용한 위조 대출 서류. 금융감독원

또 경남은행은 문서관리나 정리채권 이관 적정 여부를 ‘자점 감사’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자점 감사란 은행이 영업점이나 본부에 대해 벌이는 자체 감사다. 여신승인조건이나 약정내용 일치 여부, 대출집행·인출절차 적정 여부 등은 자점 감사 대상이었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감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감사해 횡령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거액 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은 영업점에만 적용하다 보니 본점에서 발생한 이상 거래를 조기 적발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결과와 은행권 내부통제 자체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시스템 실효성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예정이다. 금감원은 “횡령 금액의 사용처를 추가 확인하고 A씨 및 관련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면서 “횡령사고 현장검사가 마무리되면 수사당국과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등 실체규명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