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중 차량 파손 시위단체가 물어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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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전농)는 시위에 참여한 소속원들이 질서를 지키도록 유도하는 등 지휘감독해 제3자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다하지 못한 불법행위 책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전농 측은 '집회 장소 부근에 주차해 놓은 것은 차량 주인의 과실'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해당 차량들은 집회와 아무 관련이 없고 주차장에 정상적으로 주차돼 있었다"고 밝혔다. '200여 명의 질서유지인을 두어 평화집회를 위해 노력했으나 경찰과의 충돌로 어쩔 수 없었다'는 전농 측 반론에 대해선 "집회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파손행위가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농은 2004년 2월 9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비준 반대 시위를 열었다. 당시 국회로 진출을 시도하는 일부 시위대는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하며 과격시위를 벌이다 시위 장소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 10여 대에 불을 지르고 각목 등으로 부쉈다. 이 중 전소 차량 1대와 반파 차량 1대는 동부화재에 가입된 상태였다.

동부화재는 두 차량 소유자에게 856만여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뒤 지난해 7월 전농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전농은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임광규 사무총장은 "집회 주최 측은 집회신고를 낼 때 '질서를 유지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기 때문에 주최 측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간 피해 시민들이 손해액이 적은 데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참고 소송까지는 가지 않아 관련 소송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24일 "각종 시위로 물적.정신적 피해를 본 시민이 시위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법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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