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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로 내연남 암매장한 엽기 모녀…어느 유품 정리사의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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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죽음을 대하는 직업들이 있다. 삶과 죽음의 대화 속에서 탄생한 종교의 성직자,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 그러나 그들과는 다른 시각에서 죽음을 일상으로 맞이하는 직업이 있다. 유품정리사 혹은 특수청소부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유품을 정리하는데 왜 ‘특수청소’가 필요할까?

고독사한 시신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이상 방치된다. 시신에서 흘러나온 부패물, 그에 따라 꼬여드는 파리와 구더기떼, 밀폐된 공간에 꽉 찬 시취(屍臭)까지. 고독한 죽음은 결코 조용한 광경이 아니다. 그래서 고독사 현장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은 특수청소와 병행된다. 더구나 고독사 중엔 극단 선택이 많다. 또한 범죄로 인한 죽음의 현장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유품정리사 김새별(48)씨는 지금까지 2000명 이상의 죽음을 접하고 그들의 삶을 정리해 왔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서비스 더중앙플러스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매주 화요일 연재)은 그가 겪어 온 숱한 외로운 죽음들에 대한 증언이다. 떠나간 이들이 남긴 이야기와 죽음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글은 독자들의 공감 속에 벌써 1년 가까이 장기연재 중이다.

그는 다양한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사람 중 하나다. “현장이 무섭지는 않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의 대답이 묵직하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무서운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다.”

극단 선택을 한 여동생의 유품을 정리하는 현장에 남자친구까지 데려와 이삿짐 부리듯 쓸 만한 물건을 골라 담는 이도 있었고, 연을 끊고 살다 고독사한 형님의 뒷정리를 의뢰하며 불평만 늘어놓더니 유품에서 잔고가 꽤 남은 통장을 보여주자 눈빛이 달라지는 동생도 있었다. 내연남의 돈을 노리고 협박하다 살인까지 저지른 뒤 강남의 한 빌라를 임대해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부어 시신을 실내 암매장한 엽기적 모녀도 있었다. 그 범행 현장은 사건과 상관없는 누군가의 재산이기에, 수사가 끝나면 특수청소부는 벽돌을 치우고 시신의 ‘데드 마스크’가 선명한 시멘트덩이를 버리고 현장을 정리해 줘야 한다. 그런 잔인한 세상을 접해 온 유품정리사는 죽음을 통한 삶의 가치를 담담하게 전해 준다.

“유품정리사로서 수많은 죽음을 겪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돈이 많든, 적든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죽을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행복했던 추억뿐이라는 것. 이후로 나는 아등바등 살지 않게 됐고, 흥청망청 지냈던 관계들을 끊었다. 그러자 여유가 많아졌다.”

복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는 3378명에 달한다. 매일 9명 이상이 가족이나 의료진 없이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다. 고독사는 전체 사망자의 1% 수준이다. 외로운 죽음은 이제 우리 곁의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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