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일’ 당한 89년생…무심코 켠 PC서 목격한 좌절

  • 카드 발행 일시2023.08.01

젊은 남성의 목소리였다. 짧게 형의 죽음을 알리며 ‘안 좋은 일’을 당했다고 했다.
그래, 죽음이 좋은 일은 아니지. 더구나 젊은이에겐.

현장은 작은 원룸, 흔히 기본 옵션 외엔 조촐한 짐들이라 딱히 청소할 것도 없어 보였다.

시취는 심하지 않았다.
이르게 발견된 것이다. 가족과 아예 연락을 끊고 살거나 그런 건 아닌 듯했다.

현장을 둘러보며 의뢰인과 통화를 했다.
보통 그렇게 직접 보고 작업방식이나 시간을 논의하는 게 정확하니까.
보일러실에 있는 탈출용 완강기에 눈이 갔다.

‘이곳이었구나.’
의뢰인이 직접 말로 옮기기 힘든 상황을 현장은 말없이 그대로 전해줬다.
통화는 간단히 끝났다.

이런저런 서류 더미에서 고인의 나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1989년생이었다.

30대 초중반, 요즘으로 치면 아직 어린 나이.
마음이 무거워졌다.

문을 열면 신발 몇 켤레 놓기 힘든 비좁은 현관이었다. 이 원룸에서 게임도 하고 밥도 지어 먹고 배달도 시켜 먹던 평범한 청년이 세상을 등졌다. 현관 문은 코앞에 있었지만,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찾지 못했다. 사진 김새별 작가

문을 열면 신발 몇 켤레 놓기 힘든 비좁은 현관이었다. 이 원룸에서 게임도 하고 밥도 지어 먹고 배달도 시켜 먹던 평범한 청년이 세상을 등졌다. 현관 문은 코앞에 있었지만,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찾지 못했다. 사진 김새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