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 배우 사진만 도배됐다…70대 영화광의 쓸쓸한 엔딩

  • 카드 발행 일시2023.08.08

서울 외곽의 그 아파트는 이번까지 총 네 번이나 방문했다.
내가 가기 전에도 그 단지에선 고독사가 종종 있었던 모양이다.

나이 지긋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따로 챙길 정도였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나 몸이 불편해 보이는 주민들을 꼼꼼하게 신경썼다고 한다. 마주칠 때마다 ‘술 좀 적당히 드세요’ ‘식사 거르지 마세요’ ‘약은 계속 드시고 계시냐’ ‘집 청소도 하고 좀 씻고 다니시라’.

가족보다 더 가까이에서 가족처럼 잔소리를 했다니, 오죽하면 해당 주민들은 소장을 피해다녔을 정도라고 했다. 아파트 주민들과 소장은 가족 그 이상의 관계였다.

처음 다녀온 뒤로 관리소장은 고독사가 발생되면 꼭 내게만 연락해 왔다.
주로 영세민 세대에서 고독사가 발견되는데, 사후 현장 복구에 대한 임대아파트 측의 규정이 까다로웠다. 고독사 현장의 지독한 시취는 제거한다고 해도 문제가 남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다녀간 뒤론 민원이 없었다고 했다. 관리소장에게 나름 인정을 받은 셈인데, 그래서인지 그 뒤로 마치 전담반처럼 그 아파트를 맡게 됐다.
그렇게 네 번째 방문한 현장이었다. 나와 친분이 생긴 관리소장이 직접 유품 정리를 의뢰했다.

고인은 70대 중반의 남성이었다.
영화를 병적으로 좋아했다.
밥은 굶어도 영화와 관련된 자료는 매주 청계천 거리를 다니며 사왔다고 한다.
집 안은 영화 포스터와 비디오 테이프, CD 등 수많은 자료로 가득 차 있었다.
잠자는 공간을 빼곤 전부 영화와 관련된 물건들이었다.
특히 연기파 배우 제러미 아이언스를 무척 좋아한 모양이었다. 그 배우의 포스터가 엄청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