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받아먹었으면 치워라” 집주인에 시신 떠넘긴 여동생

  • 카드 발행 일시2023.08.22

유품정리사라는 일을 직업으로 시작했을 때, 내게 대단한 사명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장례지도사 일을 하면서 고독사와 관련해 도움을 청해 온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기 시작했던 것이 계기였을 뿐이다.

처음엔 실무적으로 현장 정리를 하는 것만으로 바빴다.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유품정리사로서 작업에 대한 숙련도가 올라가기 시작할 때쯤에야 고인들의 사연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내 부모님과 비슷한 연세의 어르신들이나, 내 아이들 또래의 자식들이 있는 집일 때는 더더욱 감정이입이 됐다.

나름대로는 살아오면서 트라우마에 시달린 경험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일곱 살 여자아이가 아빠와 함께 죽었던 현장을 의뢰받았을 땐 심각한 공황 상태까지 겪었다. 그때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직접 현장 정리를 하지 못했다.

어쨌든 수백 군데의 현장 정리를 해가면서 안타까운 사연들이 쌓여갈 무렵 출판사에서 책을 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미 7년 전의 일이다. 고독사라는 것이 특별한 이들의 불행이 아닌, 우리의 이웃과 가족의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그런 아픈 사건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내가 무언가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책의 출판은 하나의 답이 됐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책이 출간되고도 많은 사람이 고독사를 몰랐고, 가해자가 없는 피해 현장은 점점 늘어가기만 했다.
효과가 별로 없는 정책들이 반복되었고, 고독사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자살은 줄어들지 않았다.
노인 복지가 다소나마 나아진 만큼 어르신들의 고독사는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그에 반비례하는 법칙이라도 있는 듯 청년과 중장년층의 고독사는 되레 늘어나는 것 같았다.

책 출간 이후 인터뷰와 강연도 하고, 개인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안으로는 내 스스로 직업 의식을 높여나갔고, 밖으로는 고독사와 이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혀 나갔다고 자부한다. 고독사를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의 문제로 생각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사회적 문제란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가해자(?)를 누구라고 딱히 특정할 수 없지만, 피해자는 여럿인 것이 고독사 현장이다. 세입자에게 집을 빌려줬던 집주인도, 십수 년간 왕래가 없다가 갑작스레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가족도, 사고 후 수일 이상 현장이 방치되면서 피해를 보게 된 주변 이웃들까지.

이걸 꼭 제가 치워야 하나요? 지금껏 월세를 받아 먹었으니 집주인이 치워야 하는 거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