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객원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에이즈 오해 좀 풉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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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960년 이집트에서 대규모 다목적 댐인 아스완 댐의 건설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아프리카 밀림 속으로 사람들이 몰려온 것이지요. 70년 점보기란 애칭이 있는 보잉 747기가 처음으로 상업적 운항을 개시합니다. 수백 명의 사람이 단 하루 만에 대륙과 대륙 사이를 자유롭게 오 갈 수 있게 됐습니다.

72년 포르노 영화의 원조인 '목구멍 깊숙이'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영화관에 등장합니다. 봇물 터지듯 프리섹스 주의가 서구 사회를 강타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난 81년 인류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질병을 목격하게 됩니다. 에이즈입니다. 수백만 년 동안 아프리카 원숭이들의 몸속에 머물러 왔던 에이즈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온 것이지요.

에이즈가 초래한 상황은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지금까지 3200만여 명이 에이즈로 숨졌습니다. 사상 최대의 전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 사망자 숫자와 비슷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8초마다 에이즈 감염자가 발생하며 매일 8500여 명이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매일 2.1명꼴로 감염자가 생겨나며 현재 1만여 명의 감염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12월 1일은 에이즈의 날입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등 보건단체가 내건 슬로건은 '차별과 편견의 극복'입니다. 에이즈와 관련해 많은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에이즈는 불치병일까요. 아닙니다. 효과적인 약물 등장으로 20년 이상 생존이 가능합니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만성질환의 하나인 셈이지요.

둘째, 감염자와 같이 생활하면 나도 걸릴까요. 아닙니다. 식사나 목욕.악수나 키스 등 일상적 접촉으론 절대 걸리지 않습니다. 성접촉이라도 콘돔을 사용한다면 안심할 수 있습니다. 피나 정액이 위험하다지만 피부에 닿는 것만으론 전염되지 않습니다.

셋째, 감염자는 변태성욕자나 문란한 사람일까요. 아닙니다. 일부 감염자를 제외하곤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 한 번의 실수로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넷째, 감염되면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을까요. 아닙니다. 실제 감염자인 줄 알면서도 결혼해 아기 낳고 잘 사는 부부도 있습니다.

다섯째, 감염자는 따로 격리해야할까요. 아닙니다. 감염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현실적으로 수천여 명의 감염자를 감시할 수 있는 수단도 없습니다. 그들을 사회가 포용하지 않아 음지로 숨게 되면 더욱 많은 피해를 낳게 됩니다.

2004년 11월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에이즈 감염자와 악수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돋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에이즈야말로 햇볕정책이 필요한 대표적 질환입니다.

홍혜걸 객원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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