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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리에 꽂히는" 시 한 줄...틀 안에서 자유로운 시업 50년[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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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상처

상처에게 말 걸기
김영재 지음
책만드는집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시조시인 김영재씨가 시업(詩業) 50년을 맞아 내놓은 작품집이다.1974년 등단한 김씨의 세계를 '틀 안에서의 자유로움'이라는 문구로 요약해도 좋겠다. 그는 3·4·3·4, 이런 시조 형식을 존중하면서도 소심하게 얽매이지 않는다. 1998년 중앙시조대상 수상작('화엄동백')부터가 평시조와 사설시조를 '수상쩍게' 뒤섞어 놓은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시조의 육체에 관한 것이라면 이번 시조집에 실린 서시(序詩) '옛 시인의 시'는 요즘 김씨가 추구하는 시조 정신, 시작 태도 같은 것들을 말한다.

"후득후득 빗방울 청댓잎을 때린다// 옛 시인의 시 한 줄 정수리에 꽂힌다// 그 사람 빈한했지만 바람에 시를 적었다// 비 그치면 들에 나가 나락논 김을 매고// 어둑녘 돌아와 등 밝혀 서책 읽었다// 시 한 수 짓는 노고로 세상과 맞서 살았다".
 "바람에 시를 적었다"는 대목이 복합적으로 읽힌다.

 김씨는 "시가 자꾸 찾아왔다"고 했다. 시인으로서 마다할 수 없는 노릇. 그 가운데 '삼악산'도 있다.
 "어제는 삼악산을 네발로 기어올랐다// 발아래 붕어섬이 뻐끔뻐끔 바라보았다// 사람도 네발도 기면 편할 때가 있다고".
 여기서 종장은 시인의 말인가, 붕어섬의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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