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북경대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북경아시안게임은 스포츠잔치라는 차원을 넘어 우리에게 숱한 정치·경제·사회적 파장을 남긴 일대 사건이었다.
매머드선수단 외에도 재벌총수·정치인·연예인 등이 망라된 5천여 참관단이 몰려갔고 분단 후 최대규모의 남북동포간 접촉으로 북경대회에 쓸린 관심은 그야말로 「거국적」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들뜬 분위기 속에 맞이한 북경아시아드는 중국에 대한 호기심만 한 꺼풀 벗겨주었을 뿐 한껏 고양됐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거리가 멀었다.
국제대회출전사상 가장 많은 선수단(7백57명)을 파견시킨 한국선수단에 대한 평가는 「속빈 강정」이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았다.
일본의 추격을 따돌리고 종합2위 달성엔 성공했지만 당초예상보다 11개나 적은 54개의 금메달만을 수확했다.
특히 탈 아시아를 선언하고 내달리는 중국엔 더 이상 적수가 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경기내용 면에서도 기대에 못 미쳐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한국스포츠가 북경대회에서 호된 홍역을 치른 것은 자만과 정보부재가 주원인.
86, 88양 대회를 치르면서 향상된 경기력을 지나치게 과신, 주위를 돌아보는데 게을리 했고 중국의 급성장을 눈여겨보지 않는 우를 범했다.
또 선수단의 20%에 육박하는 본부임원(1백47명)들 중 절반이상이 무위도식하는 「유람단」이었던 사실도 깊이 반성해야할 부분.
이 때문에 몇 안 되는 실무요원들은 「옥상옥」격인 이들의 간섭과 선수들의 뒷바라지로 이중 고생을 해야했다.
사회적으로는 일부「졸부」들의 헤픈 씀씀이가 문제가 됐다.
만리장성 등 거대 중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찼던 한국관광객들이 동시에 확인한 것은 낮은 임금과 초라한 옷차림, 자동차 행렬대신 자전거물결로 대변되는 낙후한 중국인의 생활수준이었다.
중국보다 조금, 잘 산다는 얄팍한 우월감은 상대적인 방종으로 이어져「세련되지 못한 졸부」라는 굴절된 한국인관을 중국에 심어놓았다.
중국특유의 사회주의적 경제원리와 규칙을 이해 못 한 채 기분 내키는 대로 선물을 베푸는 등 「돈주고 욕먹는」졸부노릇을 했다.
특히 한약재 사재기 등 무분별한 싹쓸이 쇼핑은 어글리 코리언의 압권이었다.
한편 북경아시안게임에 대대적인 광고와 선전공세를 펼쳤던 국내기업들의 손익계산은 어떨까.
『전체적으로 광고효과가 좋았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국제상사는 탁구대 칸막이 독점광고권을 따내 결승전이 치러지는 다섯 시간 동안 「프로스펙스」광고에 국민의 눈을 집중시키는 재미를 봤다.
그러나 광고권을 둘러싼 국내기업간 과당경쟁, 이에 따른 코스트상승 및 철저하지 못한 계약체결 등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86서울아시안게임 때는1억5천만원 수준이면 전경기의 광고를 커버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8억원이상이 들어가야 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또 광고의 주요 타깃이 국내시청자로 아시아권의 다른 나라에 우리상품을 알리는 효과가 의외로 적었던 것도 흠.
그러나 북경아시아드는 남북화합의 한마당 연출과 함께 통일축구대회·남북체육회담으로 이어지는 등 남북교류 측면에서 뜻밖의 소득을 남겼다.<유상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