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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중 과기협정 일단 6개월 연장"…중국과 관계 관리 포석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정부가 미·중 과학기술협정(STA)을 일단 6개월 연장할 방침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40여년 전 체결된 STA는 양국의 과학기술 분야 상호협력을 상징하는 협정으로, 미국 내에선 연장 여부가 논란이었다.

미국 NBC 방송은 23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부처 간 조율을 거쳐 오는 27일 종료 예정인 미·중 과학협정을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TA는 1979년 미·중 수교 당시 맺은 협정으로 5년 단위로 갱신돼 왔다.

미국 정부가 연장 여부와 관련해 논란이 있는 미·중 과학기술협정(STA)을 일단 6개월 연장할 방침이다. 사진은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1월 15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스크린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연장 여부와 관련해 논란이 있는 미·중 과학기술협정(STA)을 일단 6개월 연장할 방침이다. 사진은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1월 15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스크린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AP=연합뉴스

이 협정을 통해 미국과 중국 과학자들이 물리학·화학·보건 등 여러 분야에서 협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STA를 악용해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나 지식재산권(IP)을 탈취하고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 커졌고, 협정 연장을 두고도 반대 목소리가 거세졌다.

특히 미·중 첨단 산업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미국 정치권에서는 아예 협정을 폐기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6월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마이크 갤러거(공화) 위원장 등 공화당 하원의원 10명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 서신을 보내 협정 갱신을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처음엔 선의로 체결된 협정이 결과적으로는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악용됐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NBC "엽산 보충제 역할 밝혀낸 것도 중국과의 협업 덕"

반면 STA를 완전히 중단하면 기후변화·공중보건 등 양국 협력이 필요한 분야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나왔다. 외교관 출신의 데보라 셀리그손 빌라노바대 교수는 NBC에 "STA는 미·중 과학기술 관계의 포괄적 협정 역할을 한다"면서 "이를 없애면 정부 간 협력을 방해할 뿐 아니라, 다른 분야 협력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NBC는 "오늘날 여성들이 임신하기 전에 복용이 권장되는 엽산 보충제의 역할을 밝혀낸 것도 STA를 통한 중국과의 연구 협업 덕분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미중 간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중앙포토

미중 간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중앙포토

이와 관련, 미 국무부 관계자는 NBC에 "이번 단기 연장을 통해 미국이 협정 조건을 수정·강화하기 위해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과학·기술 전략이 우리 국가 안보와 지적 자산에 제기하는 도전과 위협을 분명히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개발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경계 수위를 높여 왔다. 지난해 단행한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 최근 미국 자본의 중국 첨단기술 기업 투자에 제한을 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정부는 일련의 조치는 어디까지나 미국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에 국한된다는 입장이다. 또 중국과는 경쟁을 추구하되 갈등은 지양한다는 원칙이다. 일각에선 오는 11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를 앞두고 미국이 중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中 정부, 러몬도 미 상무 방중 앞두고 기대감 표현 

외신들은 미 고위 관리의 방중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STA를 연장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 상무부는 대(對)중국 경제·무역 현안을 담당하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잠정적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된 27개 중국 기업 및 단체를 명단에서 제외했다. 러몬도 장관은 오는 27일~30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찾는다. 이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에 이어 올해 6월 이후 네 번째로 방중하는 미 정부 고위급 인사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러몬도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양국의 경제·무역 관계 개선에 기대감을 표했다.

'미국을 위한 반도체' 반도체지원법을 알리는 걸개 앞에 앉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UPI=연합뉴스

'미국을 위한 반도체' 반도체지원법을 알리는 걸개 앞에 앉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UPI=연합뉴스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24일 미·중이 러몬도 장관의 방문이 미·중 관계 회복에 건설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뤼샹 연구원은 매체에 "러몬도의 방중은 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진정성 여부를 확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평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러몬도의 방중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사설에서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 왕융 주임은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중국과 미국은 여전히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경제·무역 문제에서는 여전히 많은 공동이익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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