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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만 단교이래 첫 무역협정 체결…中 "하나의 중국 위배" 거센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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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과 대만이 1979년 단교 이래 처음으로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이번 협정이 국가 간 협정 성격을 띤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2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의 잉그리드 라슨 집행 이사와 샤오메이친 미국 주재 대만경제문화대표부 대표가 미국·대만 이니셔티브에 따른 1차 협정에 서명했다. 서명식에는 세라 비앙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덩전중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OTN) 대표도 참석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대만 무역협정 서명식에서 미국 재대만협회(AIT)의 잉그리드 라슨 집행이사(앞줄 오른쪽)와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경제문화대표부(앞줄 왼쪽) 대표가 서명했다. 서명식은 세라 비앙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뒷줄 오른쪽)와 덩전중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OTN) 대표(뒷줄 왼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대만 무역협정 서명식에서 미국 재대만협회(AIT)의 잉그리드 라슨 집행이사(앞줄 오른쪽)와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경제문화대표부(앞줄 왼쪽) 대표가 서명했다. 서명식은 세라 비앙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뒷줄 오른쪽)와 덩전중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OTN) 대표(뒷줄 왼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로이터=연합뉴스

덩전중 대표는 이날 서명 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1979년 이후 대만-미국 간 가장 규모가 크고 전면적인 무역 협상의 결과"라면서 "대만과 주요 무역국 간의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했다.

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 소사이어티 부회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과 대만 경제 관계에서 중요한 이정표"라면서 "그동안 실질적인 약속을 담은 서면 합의를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1차 협정은 정식 자유무역협정(FTA)의 주요 의제인 관세 감축·폐지는 다루지 않은 대신, 관세·무역 행정 간소화, 관련 법제 정비, 서비스업 관련 규정 개정, 반부패, 중소기업 지원 등 5개 의제를 담았다. USTR 측은 세관 업무 간소화, 규제 개선, 물류 시간 단축이 이뤄져 통관 절차가 원활해지고 적은 비용으로 미국 기업이 대만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측은 농업·노동·환경·표준·국영기업·디지털 무역 등 7개 분야 협상도 곧 시작할 방침이다.

미국·대만 이니셔티브는 미국과 대만의 경제 협력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미국은 지난해 5월 한국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14개 국가가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출범을 주도하면서 중국을 의식해 대만은 제외했다. 대신 지난해 6월 대만과 별도로 미국·대만 이니셔티브를 구축했다.

대만경제연구원은 이번 협정이 대만에 관세 인하 등의 직접 이익은 없지만, 미국의 다국적 공급망 형성 과정에서 대만이 핵심 위치를 차지하도록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도 대만에는 이득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관세 인하라는 핵심은 건들지 않았기 때문에 협정에 기꺼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관세를 인하할 경우, 대만산 제품의 가격이 낮아져 자국 제조업자들에 타격이 될까 우려하는 입장이다.

WP에 따르면 최근 몇 년새 미국의 대만산 제품 수입은 수출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920억 달러(약 121조원)어치의 대만 제품을 구매했는데 이는 2019년 대비 69% 이상 증가한 수치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대만에 440억 달러(약 58조원) 규모의 제품을 판매했으며 이는 코로나 19 이전보다 40% 증가한 수치다.

오히려 이번 협상의 의의를 경제보다도 외교적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무역 협상가 출신의 존 베로 커빙턴앤드 벌링 변호사도 WP에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이고 미국과 대만 관료 사이의 (후속) 만남을 포함해 외교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미국-대만의 무역 협정 체결을 비판하면서 미국에 모든 형식의 미국-대만간 공식 교류를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AP=연합뉴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미국-대만의 무역 협정 체결을 비판하면서 미국에 모든 형식의 미국-대만간 공식 교류를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AP=연합뉴스

중국 "어떤 형태의 미국-대만 간 교류도 중단해야" 

대만이 중국에 속한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통일'을 주장하는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2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수교국(미국)이 대만과 공식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포함, 어떠한 형태의 공식 왕래를 하는 것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협정은 대만과 비공식적인 관계만 유지하겠다는 미국 측의 약속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중국은 이에 강력한 불만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대만 차이잉원 정부를 겨냥해서는 "이번 구상은 미국이 경제협력을 빌미로 대만의 뼈를 깎는 '착취의 지휘봉'을 건네준 것"이라면서 "대만 민진당이 자기의 사리사욕을 위해 대만 교포의 (전체) 이익을 팔아먹었다"고 비난했다. 앞서 1일에도 그는 "민진당이 경제·무역 협력을 가장하여 미국에 기대서 독립을 도모하는 것은 헛수고"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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