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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감 미국인 5명 석방키로"…한국 동결 이란 자금 9조원 풀리나

중앙일보

입력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 인근에는 이란에 스파이 혐의로 수감된 시아막 나마지(왼쪽) 등 해외에 부당하게 구금돼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벽화가 그려져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 인근에는 이란에 스파이 혐의로 수감된 시아막 나마지(왼쪽) 등 해외에 부당하게 구금돼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벽화가 그려져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이란 내 수감된 자국민 5명의 석방을 위해 결국 한국 내에 묶여있는 이란의 석유 결제 대금을 풀기로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에드리언 왓슨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돼 가택연금에 들어간 사실을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NBC 방송에 따르면 구금된 미국인들은 사업가나 환경 운동가,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 등으로 모두 이란 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테헤란의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이번 합의 이후 가택연금 상태로 전환됐다.

왓슨 대변인은 이번 석방을 두고 "고무적인 조처"라면서도 "5명의 미국인은 애초 구금돼선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최종 석방을 위한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도 아직 민감한 상태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인 석방 대가로 대 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미국에 수감돼 있는 일부 이란인을 석방하는 한편,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도 풀어주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한국에 있는 이란중앙은행(CBI) 명의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9조2000억원)가 있다.
이란은 한국의 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원유 수출대금을 받았는데, 지난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 합의를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 돈이 한국에 묶여있게 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카타르에 있는 자국 계좌로 이 돈을 넘겨받기로 했고, 이를 확인해야 미국인들을 풀어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국장은 NYT에 "거액의 돈을 옮기기 위해서는 복잡한 제재를 풀고 환전을 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4~6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과정이 무사히 끝나면 억류 미국인들은 일단 카타르 수도인 도하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고 바에즈 국장은 밝혔다.

동결된 이란 자금이 해제될 경우 이란은 이를 인도주의적 목적이나 의약품 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한국 내 동결 자금 해제를 대가로 미국인 석방 협상이 진행 중이란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국내 여론 등을 의식해 "거짓 뉴스"라고 부인해 왔다.

풀린 자금은 결국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손에 들어가 중동 지역의 무장 세력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거란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 결과를 놓고도 공화당 측이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NBC 방송 등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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