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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벌판에 450억 건물만…철수했지만 '골칫거리' 잼버리 대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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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경관 쉼터에서 바라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정부의 '전원 조기 철수' 결정으로 전날 156개국 3만7000여 명이 떠나 한산한 모습이다. [뉴스1]

9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경관 쉼터에서 바라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정부의 '전원 조기 철수' 결정으로 전날 156개국 3만7000여 명이 떠나 한산한 모습이다. [뉴스1]

"대회장 전체 철거…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만 제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000억원 이상 쏟아붓고도 개막 8일 만에 '전원 조기 퇴소'로 사실상 반 토막 대회로 마무리됐다. 이런 가운데 야영장 철거 후 남게 되는 여의도 3배 면적(8.8㎢) 간척지 활용을 둘러싸고 유관 기관 간 갈등이 예상된다. 새만금 개발 주체인 새만금개발청을 비롯해 전북도·부안군 등 관할 지자체가 그리는 그림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9일 "전날 156개국 3만7000명이 야영장을 떠난 뒤 현재 전시 관련 몽골 텐트 등을 중심으로 철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회를 위해 설치한 상·하수도를 비롯한 기반 시설 등 상부 시설은 올해 말까지 철거, 원상 복구할 계획이다.

정부가 2017년 8월 잼버리 유치 확정 이후 6년간 1171억원을 투입했지만, 앞으로 5개월 안에 기반 시설(259억원), 야영장(129억원), 대집회장(30억원) 등 최소 400억원 이상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조직위가 지난달 대회 직전에야 완공한 야영장 내 화장실·샤워장·급수대·분리수거장과 전력 시설(가로등·발전기), 통신 시설(통신주·사이렌) 등도 철거 대상이다. 올해 장마로 침수되자 최근 한 달 만에 추가로 만든 배수로와 간이 펌프장 100개도 없애야 한다.

9일 오후 전북 부안군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 내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 대회 기간 잼버리 병원과 조직위 운영본부 등으로 쓰였다. [사진 전북도]

9일 오후 전북 부안군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 내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 대회 기간 잼버리 병원과 조직위 운영본부 등으로 쓰였다. [사진 전북도]

기관마다 부지 활용 방안 제각각

철거 작업이 끝나면 허허벌판 간척지에 들어선 잼버리 대회장엔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만 덩그러니 남게 된다. 전북도는 9만7731㎡에 지상 3층 규모로 지난 6월 센터 건물(3516㎡)만 지었다. 대회 기간 잼버리 병원과 운영본부 등으로 활용됐다. 그나마 교육·숙박시설 외 야영장·축구장 등 부대 시설까지 온전한 모습을 갖춘 전체 준공 시점은 내년 3월이다. 사업비는 총 450억원이며, 전액 전북도 예산이다.

잼버리 부지는 애초 새만금 전체 개발 면적(291㎢) 가운데 관광·레저 용지(31.6㎢)에 포함됐다. 정부는 2017년 12월 해당 부지를 농업용지로 바꿨다. 잼버리를 앞두고 한국농어촌공사 농지관리기금을 끌어다 부지 매립에 속도를 내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당시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기본계획을 바꾸면서 잼버리 부지를 농업용지이자 유보용지로 지정해 다양한 부지 활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7일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허허벌판 간척지에 들어선 텐트 2만5000동 넘어 잼버리 병원과 조직위 운영본부 등으로 쓰인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뒤쪽 오른쪽)가 보인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7일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허허벌판 간척지에 들어선 텐트 2만5000동 넘어 잼버리 병원과 조직위 운영본부 등으로 쓰인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뒤쪽 오른쪽)가 보인다. [프리랜서 장정필]

K팝 국제교육도시, 테마파크, 산업단지 등 

새만금개발청은 대형 연예기획사와 지자체 등이 운용하는 K팝 국제교육도시를 건립할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 투자진흥지구와 2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이후 기업 투자가 몰리면서 산업용지 추가 확보 방안에 대한 용역에도 들어갔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에서 "2029년 새만금국제공항 개항을 앞두고 2024년 초까지는 새만금 테마파크 유치를 확정 짓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산업단지든, 관광용지든 (잼버리 부지) 개발자(수요자)가 원하는 의견을 들어 새만금개발청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여지를 뒀다.

잼버리 부지를 관할하는 부안군은 청년층 인구 유입과 기업 유치를 위한 국가 산업단지 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지역 내에서도 "청년 스마트팜과 복합형 농산물 생산 부지 확대" 등 다른 의견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잼버리 부지는 철거 이후가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조직위 등이 몽골 텐트 등을 철거하고 있다. [뉴스1]

9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조직위 등이 몽골 텐트 등을 철거하고 있다. [뉴스1]

새만금청장 "국가 정책과 조화 등 종합적 검토" 

최종 권한은 새만금개발청장이 쥐고 있다. 새만금 기본계획에 따라 '농림부 장관은 매각 요청 시 새만금개발공사 등 새만금개발청장이 지정하는 자에게 (부지를) 양도한다'고 돼 있다.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잼버리 부지 활용 방안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정부 부처와 전북도·부안군 등과 협의해 어떤 방안이 가장 공익에 부합하고 국가 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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