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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이번엔 태풍…수도권으로 옮겨 이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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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전망되자 세계스카우트연맹은 7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잼버리 대원들은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동해 남은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이날 전북 부안군 잼버리장에서 독일 대원들이 부스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전망되자 세계스카우트연맹은 7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잼버리 대원들은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동해 남은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이날 전북 부안군 잼버리장에서 독일 대원들이 부스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전원이 전북 부안군 새만금 영지를 철수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제6호 태풍 ‘카눈’이 오는 10일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되면서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이하 세계연맹)도 7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조기철수 계획을 발표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7일 오후 새만금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북 지역도 태풍 영향권에 들게 돼 비상 대피 계획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동은 8일 오전 10시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대상 인원은 156개국 3만6000여 명이며, 이들은 버스 1000여 대에 나눠 타고 새 숙소로 이동한다. 숙소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지 않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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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예상 경로는 당초 예상보다 더 서쪽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10일 오전 9시쯤 부산 남서쪽 약 90㎞ 부근 해상에서 강도 ‘강’으로 한반도에 상륙할 전망이며, 강도 ‘중’으로 한반도를 관통한 뒤 11일 새벽 북한 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브리핑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대회가 중단된 거냐”는 질문에 “영지 밖 활동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개발하고 있고, K팝 콘서트와 폐영식까지 (계획대로) 하기 때문에 잼버리 범위가 넓어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번 새만금 철수를 “퇴소 개념”이라고 설명한 뒤 “참가자가 모두 빠져나가면 (새만금) 대회장은 더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텐트 2만2000동과 화장실·샤워장 등 기반시설 대부분을 철거할 계획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7일 오후 행안부·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부처와 서울·인천·대전 등 지자체 관계자가 참석한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숙소 확보 등 구체적인 대피 계획을 논의했다. 정부는 행사 종료일인 오는 12일까지 4박 5일간 참가자 숙박과 잼버리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준비할 방침이다.

여가부 “대회 중단 아니다…잼버리 범위 넓어진 것”

지자체들도 서둘러 숙소를 알아보고 있다. 주로 학교 기숙사와 기업·종교기관 연수시설, 군 시설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앞서 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태풍이 한반도 쪽으로 북상함에 따라 잼버리 참가자 안전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긴급 비상계획)을 점검했다.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한 총리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컨틴전시 플랜을 보고받고 관련 내용을 점검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에도 한 총리에게 비상 대책반을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김 수석은 “태풍 카눈이 진로를 바꿔 이번 주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윤 대통령은 스카우트 대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어제부터 관계 장관들과 플랜B 논의에 착수했다”며 “컨틴전시 플랜이란 스카우트 대원들의 숙소와 남은 일정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폐영식 전날(11일) 열릴 예정인 K팝 콘서트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제대회를 치러본 바 있는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거의 정해졌다”며 “K팝 콘서트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서프라이징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를 한 걸그룹 뉴진스가 11일 K팝 콘서트에 출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원 철수가 결정됐다는 소식에 새만금 현장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스카우트 대원들 사이에선 “폭염·벌레 때문에 힘들었는데 차라리 잘됐다”는 의견과 “뿔뿔이 흩어지면 ‘한국 관광’이지, 그게 어떻게 우정을 나누는 잼버리냐”는 의견이 엇갈렸다.

스카우트 대원과 국제운영요원(IST) 일부는 이날 곧바로 야영지 내 자신의 텐트에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제주에서 참가한 초등학교 5학년 허준혁(11)군은 “선생님께 서울로 간다고 들었다”며 “서울이 여기보다 놀 게 더 많을 것 같아 오히려 신난다. 그동안 너무 더위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여성대원 조안(18)은 “다양한 나라의 대원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야영지를 옮긴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잼버리는 지난 1일 ‘너의 꿈을 펼쳐라(Draw your Dream)’란 주제로 개막해 오는 12일 폐막 예정이다. 개막 전부터 준비 부실로 논란이 일었다. 열악한 환경 탓에 온열 환자 등이 대거 발생했고, 급기야 영국과 미국은 자국 대표단을 지난 주말 새만금에서 철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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