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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떠나 슬퍼” “서울 기대돼”…일부 대원, 눈물의 작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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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북 부안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대원들이 야영지에서 철수해 차량에 짐을 싣고 있다. [뉴스1]

전북 부안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대원들이 야영지에서 철수해 차량에 짐을 싣고 있다. [뉴스1]

8일 오전 8시30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미국·멕시코 국기가 나란히 펄럭이는 텐트 근처에서 스카우트 대원 10여 명이 짐을 싸느라 분주했다.

전날 정부가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 ‘카눈’에 대비해 ‘전원 조기 퇴영(퇴소)’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은 웃으면서 텐트를 정리했다. 텐트에 끼웠던 폴대(막대)를 빙빙 돌리며 장난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진 질문엔 “난 모른다(I don’t know)”라며 말을 아꼈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비상 대피 계획’에 따르면 이날 퇴소 시각은 오전 10시다. 그러나 오전 5시부터 대회 참가자들은 각자 가져온 옷과 물건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움직이느라 얼굴은 금세 땀 범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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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리어카에 짐을 싣고 옮기는 이들도 있었다. 야영장 곳곳에 세워둔 몽골 텐트 밑은 각국 대표단이 가져다 놓은 짐으로 가득했다. 침수를 막기 위해 텐트 밑에 깔았던 받침대도 수북이 쌓였다. 잼버리 집결지인 웰컴센터 인근 도로변엔 각국 대표단을 태우고 갈 버스가 길게 늘어섰다. 이들을 안내하는 잼버리 조직위원회·경찰·소방 관계자 등으로 북적였다.

자기 몸집보다 큰 배낭을 둘러멘 호주 대원 시아(17·여)는 “새만금 잼버리에서 다양한 나라 친구를 만나 서로 춤·음악·음식 등 문화를 배우고 알려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며 “하지만 서울도 꼭 가고 싶었다. 더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같은 나라 국제운영요원(IST) 벤저민(25)은 “이곳을 떠나는 게 슬프다”면서도 “스카우트는 어디를 가든 문제없다. 모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고 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8일간 야영지 안팎에서 우정을 쌓은 각국 대원들은 “잘 가(Good bye)” “또 보자(See you)” “즐겨(Have fun)” “행운을 빈다(Good luck)” 등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자국 배지 등을 주고받거나 일부는 끌어안고 울기도 했다.

민간 자원봉사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회 기간 얼음물 등 폭염 예방 물품을 나눠준 김범영(22·전북 완주군)씨는 “다양한 국적의 대원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며 “태풍 때문이라지만, 너무 아쉽다”고 했다. 김경숙(64·전북 군산시)씨는 “전북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지게 돼 안타깝다”며 “남은 대회 기간, 다른 지역에 가서라도 한국의 멋과 맛을 듬뿍 느끼고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웰컴센터에서 떠나는 각국 대표와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던 정우식 한국스카우트연맹 프로그램 담당 책임자는 ‘조기 철수’에 대해 “착잡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영지 끝에서 끝으로 걸어가는 데 3시간가량 걸려 대원들이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영내 과정 활동 구간을 양옆이 아닌 가운데 한 곳에 몰았어야 했다”고 했다.

전날 대회 개최지인 부안 상가는 참가자로 붐볐다고 한다. 조기 퇴소 소식에 모국에 가져갈 기념품을 사기 위해서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9시 대만 대표단을 시작으로 1014대 버스에 나눠 타고 순차적으로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156개국 3만7000여 명이 떠나면서, 이들이 8일간 묵었던 텐트 2만5000동도 모두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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