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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생존게임 시작"…문열자 21명 쓰러진 새만금 잼버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일인 1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경관 쉼터에서 바라본 야영지 모습. 최기웅 기자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일인 1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경관 쉼터에서 바라본 야영지 모습. 최기웅 기자

부안 ‘폭염경보’…“최고 기온 33도 이상”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막한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두고 현장 안팎에선 “진짜 ‘생존 게임’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잼버리가 폭우와 폭염·해충 삼중고에 시달리면서다. 대회 전엔 폭우로 잼버리 부지 곳곳이 물에 잠기더니 개막 전후론 ‘사람 잡는 폭염’ 탓에 온열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잼버리 조직위가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심은 조사료 사이에선 벌레들이 튀어나오기 일쑤다.

오는 12일까지 잼버리가 열리는 부안은 현재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다. 기상청은 대회 내내 낮 최고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2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잼버리 참가자 중 온열 환자는 모두 21명 발생했다. 대회 전날(지난달 31일) 오전 6시부터 개막 당일 오전 6시까지 11명, 이후 오후 4시까지 10명이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1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대원들이 천막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1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대원들이 천막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온열 환자 21명 발생…잼버리 병원 이송

스웨덴·미국 등에서 온 외국인 19명과 각각 12·13세인 한국인 남녀 학생 2명이 열사병·고열·탈수 증상 등을 호소해 잼버리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예 정신을 잃은 참가자도 나왔다. 영국·벨기에 국적을 가진 18세 남녀 스카우트 대원 2명은 실신했다.

대회 전날 입원한 11명은 모두 퇴원했고, 나머지 환자 대부분도 경증이어서 기력을 찾은 뒤 속속 야영지로 복귀했다고 한다. 잼버리 병원엔 의사 45명, 간호사 106명, 약사 3명, 응급구조사 12명 등 의료 인력 176명이 상주한다.

1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부지 내 편의점에서 참가자들이 더위를 식히려 얼음컵을 찾고 있다. [뉴스1]

1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부지 내 편의점에서 참가자들이 더위를 식히려 얼음컵을 찾고 있다. [뉴스1]

대회장 탁 트인 간척지...일조량 상당

바다를 메워 만든 잼버리 부지는 여의도 면적 3배(8.84㎢) 규모다. 말 그대로 사방이 탁 트인 간척지여서 일조량이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참가자 상당수는 기념품 매장이나 편의점 등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나 천막 아래 그늘로 몰렸다. 편의점에서 파는 ‘얼음컵’도 인기다.

조직위는 폭염 대책으로 덩굴 터널 7.4㎞와 그늘 쉼터 1720곳을 만들었다. 안개 분사 시설 57개도 갖췄다. 탈수를 막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수분·염분도 지속해서 제공할 예정이다.

비는 그쳤지만, 침수 피해 걱정은 여전하다. 지난달 31일 부안에 시간당 32㎜ 비가 내리면서 일부 야영지가 물에 잠겼다. 그나마 폭우에 대비해 설치한 간이 펌프 100개와 배수로, 인공 구덩이 덕분에 피해가 크진 않았다고 조직위가 전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일인 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행사장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일인 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행사장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모기·진드기도 골치…시민단체 “행사 최소화”

장마철 이후 물웅덩이에서 창궐하는 모기와 야생 진드기도 골칫거리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장연국 전북도의원(비례대표)은 “지난해 8월 야영장 인근 마을 모기 채집 현황을 보면 하루 최대 1200마리, 월 평균 300여 마리에 달한다”며 모기 밀도를 낮추는 방역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조직위는 매일 방제 작업에 나서는 한편 참가자들에겐 해충 기피제를 나눠줄 방침이다.

전북민중행동·전북평화와인권연대·전북환경연합은 전날 공동 성명을 내고 “소나기와 폭염·해충으로 정상적 대회 진행이 어렵다는 것은 시민 시각에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조직위는 최소한 야영지 내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비상 대응 체제로 전환해 (참가자들이) 안전한 곳에 머물 수 있도록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정의당·진보당도 비슷한 이유로 대회 일정 대폭 축소와 영내 행사 최소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더운 날씨를 충분히 예상했다”며 “우려하는 것과 달리 참가자들은 굉장히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으며 야영 생활에도 익숙하다”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개막한 1일 김관영 전북지사가 부안군 잼버리 부지 내 덩굴 터널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개막한 1일 김관영 전북지사가 부안군 잼버리 부지 내 덩굴 터널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조직위 “악조건 극복”…김관영 “사고 대비 철저”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지사는 개막 당일 잼버리 부지를 찾아 스카우트 대원들을 격려하고, 화장실·편의시설 등을 직접 점검했다. 이어 종합상황실 관계자들을 만나 “무엇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대회로 치를 수 있도록 발생 가능한 모든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고 신속히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Draw your Dream!(네 꿈을 펼쳐라)’라는 주제로 12일간 열리는 이번 대회엔 159개국 청소년(만 14~17세)·지도자·운영요원 4만3225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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