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현역 피해자 도운 18세 학생 "지혈하는데 칼부림범 달려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오후 무차별적인 차량·흉기 테러가 벌어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의 한 쇼핑몰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코 앞에서 흉기 난동을 목격한 이들은 필사적으로 출입문을 향해 달렸다. 유혈이 낭자하고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뒤섞이면서 평화롭던 퇴근길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사건 발생 당시 서현역 6번 출구 인근에 있었던 이모(20)씨는 “오후 6시가 조금 넘어서 지하철을 타러 가려는데 서현역 시계탑 사이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며 “돌아보니 한 20m 앞에서 어떤 남자가 칼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더라. 너무 무서워서 ‘나가세요’라고 소리치면서 도망 나왔다”고 다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쇼핑몰 내 한 가게에서 일하는 박모(27)씨는 “저녁식사를 가지러 갔다가 돌아오는데 서현역 광장 쪽에서 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며 “소리를 지르며 뛰쳐 나오는 사람들을 따라 나도 가게 쪽 문 밖으로 뛰어 나왔다”고 말했다.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의 한 쇼핑몰 앞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의 한 쇼핑몰 앞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흉기에 찔린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응급 처치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친구 2명과 사건 현장을 지나던 윤도일(18)군은 사람들이 도망치는 걸 보고 무슨 일인지 궁금해 시계탑 쪽으로 향했다가 피를 흘리는 남성 1명과 여성 1명을 발견했다. 이후 윤군은 피해 여성의 상처 부위를 막아 지혈을 시도했고, 나머지 친구들은 피해 여성의 일행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고 한다.

윤군은 “일단 뭐가 없어서 손으로 피가 나오는 곳을 막고 가방으로 기도를 확보했다. 그러다 어떤 분이 갖다 준 수건을 건네받아 15분 정도 더 누르고 있다 보니 구급대가 도착했다”며 “지혈하는 동안 범인이 우리 쪽으로 달려왔고 경찰이 쫓아갔는데, 그 순간 언제 나도 찔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뿐 아니라 30대로 보이는 남성 한 분도 그 근처에서 피를 흘리며 소리치다 의식을 잃었다”며 “다 살아 계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59분쯤 서현역에서 차량 한 대가 인도를 넘어 쇼핑몰 안쪽으로 돌진한 뒤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두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오후 6시 5분쯤 사건 현장에서 피의자 최모(22)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최씨가 몬 차량과 충돌한 5명, 이후 칼부림에 피해를 입은 9명을 포함해 이날 모두 14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차량에 치인 60대 여성은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최씨가 피해망상 증상을 호소함에 따라 마약 간이검사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감정을 위해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