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인, 만성질환 늘었지만 덜 늙었다…“의료접근성 향상 덕분”

중앙일보

입력

중부지방에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인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무료급식을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연합뉴스

중부지방에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인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무료급식을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연합뉴스

지난 12년간 한국 노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2배가량 증가했지만, 노쇠한 비율은 절반으로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은 증가했지만 이를 적절히 관리해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비율은 높아졌다는 의미다.

2일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와 강민구 빛고을 전남대병원 노년내과 교수팀은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65세 이상 노인 1만7784명을 대상으로 2008~2020년 사이 연도별 건강 동향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연도별 만성질환 유병률과 노쇠 지수를 분석했다.

‘노쇠’는 노화에 따른 생물학·생리학적 변화를 일컫는 노인의학 용어로, 여러 장기 기능이 감소함에 따라 외부 스트레스에 대응체계가 취약해진 상태를 뜻한다. 노쇠한 상태가 되면 각종 질환이 증상으로 나타나며, 낙상·와상 등의 위험이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동반질환 ▶기능적 수행능력 ▶징후 및 증상 ▶검사 수치 등 4개 영역의 30여가지 항목을 평가했다. 이를 토대로 노쇠 지수를 측정, 점수에 따라 건강한 집단, 노쇠 전 집단, 노쇠 집단으로 분류했다.

연도별 65세 이상 노인의 노쇠 유병률. 사진 서울아산병원

연도별 65세 이상 노인의 노쇠 유병률. 사진 서울아산병원

그 결과, 노쇠한 노인 비율은 2008년 41.1%에서 2020년 23.1%로 감소하고, 건강한 비율은 같은기간 28.7%에서 44.2%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평균 노쇠 지수는 2008년 0.23점에서 2020년 0.18점으로 감소했다. 연구팀은 “노쇠 지수가 0.2점 이상이면 노쇠 전 단계로 보며, 노화와 만성질환이 겹쳐 걷는 속도가 다소 느려지며 허리가 약간 굽고 근육이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노쇠 비율은 줄어든 반면, 각종 만성질환 유병률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2008년 17.9%에서 2020년 40.9%로, 당뇨병은 같은 기간 20.6%에서 30%로, 심혈관질환은 5.6%에서 9.3%로 증가했다.

다만 씹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노인 비율은 같은 기간 59.4%에서 33.1%로, 일상적인 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비율은 42.2%에서 12%로, 흡연자는 17%에서 9.3%로 감소하는 등 노쇠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은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연도별 65세 이상 노인의 만성질환 유병률. 사진 서울아산병월

연도별 65세 이상 노인의 만성질환 유병률. 사진 서울아산병월

정희원 교수는 “만성질환을 앓는 비율은 늘었지만, 젊었을 때와 다름없이 활동적인 일상을 유지하는 노인들은 많아졌다”며 “의료 접근성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질환에 대해 적절한 치료와 예방조치를 취한 것이 도움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한 젊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금연·절주 등을 통해 만성질환을 적절히 관리하면 노쇠를 늦춰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 최근호에 게재됐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왼쪽), 강민구 빛고을 전남대병원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왼쪽), 강민구 빛고을 전남대병원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