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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글로벌 금융위기 예견 경제서…'민스키의 금융과 자본주의'

중앙일보

입력

“거 봐, 내가 그렇게 될 거라고 했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후 이 현상을 예견한 미국 경제학자가 부각됐다. 1996년 사망한 하이먼 P. 민스키(Hyman P. Minsky)다. 그의 이름을 딴 ‘민스키 모멘트’라는 현상이 이후 경제위기 징후가 보일 때마다 거론됐다. 과도한 부채를 활용해 자산을 늘려온 채무자가 상환 능력이 악화하면서 공포를 느껴 건전 자산까지 매도하고, 이는 자산가치 폭락과 금융위기를 불러오는 시기를 의미한다.

한글 번역서 '민스키의 금융과 자본주의' . 중앙포토

한글 번역서 '민스키의 금융과 자본주의' . 중앙포토

민스키는 주류 경제학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 투자를 비롯해 국가 재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조명받았다. ‘금융 불안전성 가설’로 통하는 그의 이론에 따르면 민스키 모멘트는 특별한 외부 요인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경제성장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면 사람들의 투기 성향이 커져 위험한 투자를 하는 사람이 증가한다는 논리다.

존 매이너드 케인즈 사상을 기반으로 민스키는 고전경제학이 주장하는 시장 메커니즘은 실패했으며, 정교하고 복잡하며 역동적인 금융 체계는 내생적으로 파괴력을 만들어 낸다고 봤다. 이 때문에 분산된 시장 메커니즘에 따르는 자본 투자는 큰 경제에서는 특히 불안정하고, 자본 집약적 생산 시스템에서 대규모 장기 연한 자본 자산의 독과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민스키는 많은 역사적 사실 및 제도적 속성, 정책 추진력이 경제 정책 수립을 위한 모든 새로운 기조에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책의 목표를 경제 성장에서 완전 고용, 물가 안정, 형평성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정책의 일차적 목표를 “인간적 사회를 향한 첫걸음으로서의 인간적 경제”라고 했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중앙포토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중앙포토

민스키는 워싱턴대학교, 버클리대학교, 브라운대학교,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다. 1990년 바드 칼리지의 레비경제연구소에 특별 연구원으로 합류해 1996년 10월 사망하기 몇 달 전까지 연구와 저술을 이어 갔다. 이 책은 1986년 민스키가 저술한 『불안정 경제의 안정화(Stabilizing an unstable Economy)』의 개정판이다. 김대근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업한 한국어판 최초 출간본이다.

고용 없는 성장,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 소득과 자본의 불평등, 코로나 19 사태 이후 세계 경제의 침체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등 위기가 심화하여 가는 가운데 펼쳐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문병주 논설위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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