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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에 '이것'까지…세계 7억명이 노출된 '치명적 위험'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1월 4일 인도 뉴델리의 랜드마크인 인디아 게이트 기념물 인근에 짙은 스모그가 발생한 가운데 새 한 마리가 날고 있다. 인도 인구의 상당수가 빈곤과 대기오염 노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4일 인도 뉴델리의 랜드마크인 인디아 게이트 기념물 인근에 짙은 스모그가 발생한 가운데 새 한 마리가 날고 있다. 인도 인구의 상당수가 빈곤과 대기오염 노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AP=연합뉴스

하루 1.9달러(약 2427원) 미만으로 생활할 정도로 빈곤하면서 동시에 초미세먼지 오염에도 노출된 사람이 세계적으로 7억16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해 대기오염 고통을 더 심하게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은행(WB) 연구팀은 전 세계 211개 국가·영토를 대상으로 2018~2020년 초미세먼지(PM2.5) 오염도와 인구 분포, 소득수준 자료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고,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세계 인구의 6%만 안전한 수준 

초미세먼지 오염 노출 인구 비율. 위의 지도는 연평균 5㎍/㎥ 이상의 안전하지 않은 수준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국가별 인구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고, 아래 그림은 연평균 35㎍/㎥ 이상의 위험한 수준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인구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3]

초미세먼지 오염 노출 인구 비율. 위의 지도는 연평균 5㎍/㎥ 이상의 안전하지 않은 수준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국가별 인구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고, 아래 그림은 연평균 35㎍/㎥ 이상의 위험한 수준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인구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3]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77억 명의 인구 가운데 94%에 해당하는 73억 명의 인구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수준을 초과하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WHO 권고치는 연평균 ㎥당 5㎍(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g)이며, 이 수준을 초과하면 사망 위험이 4% 증가하는 등 안전하지 않은 수준으로 분류된다.

분석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4억6200만 명만이 WHO의 '안전' 기준에 든다. 이들은 5㎍/㎥보다 낮은 초미세먼지 농도에 노출된다.
WHO는 연평균 10㎍/㎥이었던 권고 기준을 2021년 5㎍/㎥로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3일 인도 뉴델리의 라지파트에서 짙은 스모그가 도시를 뒤덮은 가운데 사람들이 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11월 3일 인도 뉴델리의 라지파트에서 짙은 스모그가 도시를 뒤덮은 가운데 사람들이 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세계은행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73억 명 가운데 62억 명은 10㎍/㎥를 넘는 대기오염 수준에 노출되고 있는데, 이 경우 사망 위험이 8% 증가한다.

또, 28억 명은 35㎍/㎥를 넘는 '위험한' 수준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데, 이 경우 사망 위험이 24%나 증가한다.

인도·중국의 21억 명은 '위험' 

국가별 초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3]

국가별 초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3]

지역별로 보면, 중국·한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태평양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초미세먼지 농도에 노출된 사람이 전체 22억 명 인구의 약 95%를 차지한다.

인도 등 남아시아에서는 약 18억 명(99%)이 안전하지 않은 대기 오염 수준에 노출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지역은 이 비율이 84%로 상대적으로 낮다.

인도의 경우 13억6000만 명(인구의 99%)이 안전하지 않은 초미세먼지에, 13억3000만(96%)이 위험 수준에 노출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14억1000만 명(인구의 99%)이 안전하지 않은 농도에, 7억6500만 명(53%)이 위험한 수준에 직면해 있다.

동아시아, 남아시아 지역 초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3]

동아시아, 남아시아 지역 초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3]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0㎍/㎥ 안팎인 한국의 경우 97.4%가, 일본은 93.7%가 안전하지 않은 농도에 노출됐지만, 위험한 수준에 노출된 인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인구의 96.8%가 안전하지 않은 농도에 노출됐고, 위험한 수준에 노출된 인구도 1.6%를 차지했다.

가난한 나라 의료 접근성도 낮아

4월 12일 중국 베이징의 중심 상업지구에 스모그가 발생해 고층 건물들 사이 하늘이 뿌옇게 보인다. AFP=연합뉴스

4월 12일 중국 베이징의 중심 상업지구에 스모그가 발생해 고층 건물들 사이 하늘이 뿌옇게 보인다. AFP=연합뉴스

세계은행 연구팀은 소득 수준과 대기오염 노출 수준을 연결해서 분석하기도 했다.
하루 1.9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면서 5㎍/㎥를 초과한 초미세먼지에도 노출되는 인구가 7억160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안전하지 않은 수준의 대기오염에 노출된 사람 10명 중 약 1명은 극심한 빈곤에 처해 있는 셈이다.
특히, 이 가운데 2억7500만명은 하루 1.9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면서 35㎍/㎥를 넘어서는 위험한 초미세먼지 농도에 노출되고 있다.

연구팀은 "빈곤과 대기오염이 동시에 발생하는 국가는 의료 접근성이나 의료 품질이 낮아 대기오염에 대한 취약성을 악화시킨다"며 "빈곤 범위를 확대하면, 위험에 처한 사람이 더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빈곤 기준을 하루 3.2달러(4082원)로 높이면 18억 명이, 기준을 하루 5.5달러(7015원)로 올리면 29억 명이 안전하지 않은 대기오염 지역에 거주하는 빈곤자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극빈층이면서 안전하지 않은 수준의 대기 오염에 노출된 인구 7억 1600만 명 중 거의 절반(48.6%)이 인도·나이지리아·콩고민주공화국에 거주하고 있다. 상위 10개 중 7개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있다.

중간 소득 국가의 오염이 심해

대기오염 노출과 빈곤, 그리고 의료 접근성. 고소득 국가는 초미세먼지 오염 노출 수준도 낮고 의료 접근성도 좋다. 이에 비해 저소득국가의 경우 오염 노출 인구 비율이나 빈곤 비율이 높지만, 의료 접근성이 낮아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 고통이 더 크다.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대기오염 노출과 빈곤, 그리고 의료 접근성. 고소득 국가는 초미세먼지 오염 노출 수준도 낮고 의료 접근성도 좋다. 이에 비해 저소득국가의 경우 오염 노출 인구 비율이나 빈곤 비율이 높지만, 의료 접근성이 낮아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 고통이 더 크다.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연구팀은 "위험한 수준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전 세계 28억 명 중 98.6%가 중간 소득 국가에 거주하고 있고, 나머지 1.4% (4050만 명)만이 저소득 및 고소득 국가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환경 쿠즈네츠(Kuznets) 곡선의 개념과 대체로 일치한다.
국민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환경오염 수준은 알파벳 U를 뒤집은 형태의 그래프를 보인다.

환경 쿠즈네츠 곡선은 미국 경제학자인 사이먼 쿠즈네츠가 제안한 것이다.
저소득국가에서 경제개발이 진행돼 오염 배출이 많은 제조업으로 진행되면서 오염이 심해졌다가 소득이 더 늘어나면 오염이 줄어든다는 이론이다.

연구팀은 "국가 단위뿐만 아니라 국가보다 좁은 2183개 하위 단위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중간 소득 범주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오염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폐지하고 저소득층 지원을"

북한 평양시 평천구역에 있는 평양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석탄을 주 연료로 때는 이 발전소 연기는 평양 대기오염의 주된 원인이다. 이 발전소는 1965년 옛 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됐다. [중앙포토]

북한 평양시 평천구역에 있는 평양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석탄을 주 연료로 때는 이 발전소 연기는 평양 대기오염의 주된 원인이다. 이 발전소는 1965년 옛 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됐다. [중앙포토]

연구팀은 "소득이 낮은 경우 실외에서 노동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기오염 피해를 더 많이 입을 수 있고, 저소득층에서는 요리와 조명을 위해 오염이 심한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실내공기 오염에도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대기오염의 원인인 화석연료의 과잉 소비를 부추기는 보조금을 제거하고, 대신 그 돈을 저소득층에게 지원한다면 저소득층에게는 재정과 건강이라는 두 배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WHO 등에 따르면 실외 대기오염 물질로 인해 전 세계에서는 매년 400만 명 이상이, 실내공기 오염으로 인해 230만 명 등이 심혈관 질환이나 호흡기·신경계 질환으로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저·중 소득 국가에서는 대기 오염 규제가 덜 엄격하고, 차량이나 기계가 낡아 오염 배출이 많기 때문에 오염이 심하다.
또,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도시의 혼잡한 교통 시스템, 급속하게 발전하는 산업 부문, 농작물 잔재물을 태우는 관행 등도 대기오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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