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북한은 2019년 기준으로 실내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10만 명당 255.4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측정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북한의 대기오염 수준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인공위성 관측 자료를 분석해 북한의 대기오염 수준을 밝혀냈다.
북한은 남한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적지만 같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할 때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한·미 인공위성 3개 자료 활용
연세대 대기과학과 김준 교수와 정희성 박사, 이화여대 김용표 교수, 건국대 우정헌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2005~2018년 사이 인공위성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대기오염 추세를 분석한 논문을 '국제 환경(Environmental International)' 저널에 최근 발표했다.
인공위성 자료로 북한 대기오염을 분석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개별 오염물질이 아닌 이산화질소(NO2)와 이산화황(SO2), 일산화탄소(CO), 미세먼지 등을 동시에 분석하고, 도시별 오염도까지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오라(Aura) 위성의 오존 감시 장치(OMI)에서 측정한 NO2와 SO2 측정값을, NASA 테라(Terra) 위성의 대류권 오염측정(MOPITT) 장비로 측정한 CO 측정값을 확보했다.
천리안 1호 위성의 해양관측 센서(GOCI)를 통해서는 미세먼지 농도를 의미하는 '에어로졸 광학 두께(AOD)' 측정치를 얻었다.
NO2 오염 남한보다 낮아
연구팀 분석 결과, 북한 전체의 2005~2018년 평균 NO2 오염도는 남한의 31% 수준이었다.
SO2는 남한의 81% 수준, CO는 97% 수준이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남한의 152% 수준이었다.
북한 전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5년에는 ㎥당 43.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고, 2016년에는 40㎍/㎥, 2017년에는 41.1㎍/㎥, 2018년에는 42.7㎍/㎥로 추정됐다.
평양의 경우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2015년 55.7㎍/㎥, 2016년 50.4㎍/㎥, 2017년 45.4㎍/㎥, 2018년 47.2㎍/㎥로 나타나 같은 기간 서울 오염도의 1.94배였다.
2015~2018년 북한 전역의 초미세먼지 평균 추정치는 41.8㎍/㎥, 평양은 49.6㎍/㎥였다.
같은 방식으로 산정했을 때 남한 전체는 27.5㎍/㎥, 서울은 25.5㎍/㎥이었다.
실제 측정치로 보면 남한 전체의 초미세먼지 연평균치는 2015년 26㎍/㎥, 2016년 26㎍/㎥, 2017년 25㎍/㎥, 2018년 23㎍/㎥로 평균 25㎍/㎥로 측정됐고, 2021년에는 18㎍/㎥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2015년 23㎍/㎥, 2016년 26㎍/㎥, 2017년 25㎍/㎥, 2018년 23㎍/㎥로 평균 24.3㎍/㎥를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18㎍/㎥까지 개선됐다.
오염 방지 시설 효율 낮아
북한은 남한에 비해 같은 양의 1차 에너지(석탄·석유·천연가스 등)를 소비할 때 배출하는 양이 훨씬 많았다.
NO2는 6.7배, SO2는 17.8배, CO는 20.6배로 추정됐다.
미세먼지 농도를 의미하는 에어로졸 광학 두께(AOD)는 같은 양의 1차 에너지를 소비할 때 남한보다 24.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2018년 사이 연평균 1차 에너지 소비는 남한이 1억6831만9000톤(TOE, 석유환산톤)이었고, 북한은 1356만2000톤으로 남한이 19.8배였다.
연구팀은 "북한이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것은 바이오에너지(목재 등) 연소로 인해 일산화탄소와 미세먼지 오염 심하고, 석탄 의존도가 높아 이산화황 오염이 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탈황시설 등 공장의 오염방지 시설의 효율도 낮은 탓으로 분석했다.
평양 등 4곳 오염 심한 '핫스팟'
연구팀은 북한에서도 평양과 남포, 북창(평안남도), 문천(북한 강원도) 등 4곳은 오염이 특히 심한 '우심 지역(hot spot)'으로 지목됐다.
특히 평양·남포·북창 등 서부지역의 오염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은 인구가 많고 산업시설이 많은 대도시이고, 남포는 항구이면서 조선·제련산업이 자리 잡고 있다.
북창은 북한에서 가장 큰 화력발전소가 있다.
여기에 중국 등 국외 오염의 영향도 가세했다. 미세먼지 오염의 경우 월경 오염의 영향이 더 뚜렷했다.
전반적으로는 오염 개선 추세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의 대기오염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를 나타냈다.
남한은 1차 에너지 소비가 연평균 625만 TOE씩 증가하고 있으나 북한은 연평균 57만2000 TOE씩 줄고 있다.
북한 전체 대기층에서 SO2와 CO, 미세먼지(AOD)는 연평균 각각 4.4%, 0.4%, 4.8%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NO2는 연평균 3.6%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대기오염의 전반적인 개선은 석탄 연소의 감소 덕분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NO2가 증가하는 것은 산업 활동이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북한이 대기오염 더 줄이기 위해서는 굴뚝 매연을 통제해야 하고, 바이오 연료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 김준 교수는 "이번에는 빠졌지만 향후 2000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가 북한 대기오염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