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통합 학술 시리즈 '지식인 마을' 총괄 장대익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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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논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통합적 사고와 통섭(학문간의 넘나듦)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책을 폭넓게, 많이 읽으라는 권고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독서로 종합적 이해력을 키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배경지식 없이는 100% 소화가 불가능한 번역서가 교양서 시장의 주류인 데다, 국내 권위자들이 대중 눈높이에 맞춰 쓴 책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 소장파 학자 26명이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동서양 지식인 100명의 상호교류를 시도한 '지식인 마을'시리즈(전 50권, 김영사, 각 9500원)의 등장은 신선하다.

총괄 디렉터를 맡은 장대익(사진.미국 터프츠대 인지연구소 방문연구원)교수는 이 시리즈를 "지식이라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뿐 아니라 왜 잡는가, 어떤 가치가 있는가를 고민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오늘날 지식은 명문대를 가거나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등 목적을 이루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내가 잡은 물고기가 정작 무엇인지, 대체 어떻게 요리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모른다면 물고기 잡기는 무의미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배운 지식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참다운 지식이 아닐까요?"

이같은 문제의식 아래 지난해 초 필자 선정에 들어갔다. '나의 배움과 앎이 대중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소장파 학자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우리 학자들이 우리 생각으로 씹어 소화한 고급 지식교양서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지요. 거의 예외없이 저희 뜻에 공감하시더군요."

지나치게 대중에 영합한 논술지침서도, 그렇다고 전문가끼리만 알아듣는 논문집도 아닌, 딱 그 중간의 책. 그런 책을 쓰고 싶다는 갈증이 '인문학의 위기'를 고민하던 학자들한테도 분명 있었던 것. 장 교수가 "'지식인 마을'은 독자뿐 아니라 저자를 위한 시리즈"라고 표현한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책은 서로 대립하거나 영향을 주고받은 두 지식인이 나와 팽팽한 논쟁을 벌이는 식으로 구성됐다. 1차분(15권)에는 진화론과 지적 설계론을 주장한 다윈과 페일리, 동양사상의 주류인 공자와 맹자, 우주탄생의 수수께끼를 탐구한 세이건과 호킹, 세계화를 사이에 두고 논리싸움을 펼치는 부르디외와 기든스 등이 포함됐다. 특히 데카르트는 철학자로서 버클리와, 과학기술자로서 뉴튼과 짝을 지어 두 번이나 나온다. "오늘날의 학문분류법으로는 도저히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통합적 지식인이기 때문"이란다. 대상 독자는 대학생 이상. 내년 상반기에 완간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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