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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꿈나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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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호랭이 꼬랭이 말놀이

오호선 글, 남주현 그림, 천둥거인
88쪽, 9800원, 3세 이상

언어 감각을 익히는 재미있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말놀이'가 요즘 각광받고 있다. 최승호 시인이 쓴 '말놀이 동시집'은 1권만 2만 부가 넘게 팔렸다. '호랭이 꼬랭이 말놀이'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짧게 끝내지 않고 열다섯 꼭지의 옛날 이야기를 말놀이로 풀어간다. 이야기와 단어에 어울리도록 활자 크기와 색깔, 모양도 달리해 말의 이미지를 나타낸 것도 독특하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꼬부랑 넘어갔더니…"

'꼬부랑'이란 말을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는 '꼬부랑 할머니'는 같은 이름의 동요를 응용해 늘린 이야기다.

"저쪽 장승이 손뼉을 치고/ 어깨춤을 추고 뒤로 돌아요./ 헐랭이 헐랭이 짝짝/ 헐랭이 헐랭이 으쓱으쓱/ 헐랭이 헐랭이 빙글빙글"

'노래하는 장승'에서는 춤추고 노래하는 장승들의 모습이 생생한 어감과 리듬감을 타고 살아난다.

소금장수 아저씨가 뼈다귀에 오줌을 누고는 닦아주지 않아 콩콩콩콩 쫓아온 뼈다귀 귀신에게 잡아먹혔다는 '날씬한 뼈다귀' 이야기는 결론이 재미있다. "아유, 아저씨 바보!/ 닦아주지 그랬어요?"

구두쇠 영감이 된장독에 앉은 파리를 쫓아가 파리 몸에 묻은 된장을 쪽쪽 빨아 먹는다는 '된장 도둑놈' 이야기도 흥미롭다. 파리가 영감을 피해 항아리에 앉자 "된장 도둑놈 잡아라!/ 항아리 도둑놈 잡아라!"며 죄목이 하나 는다. '된장 도둑놈' 이야기는 이렇게 반복과 점층을 통해 박진감 있게 진행된다. 아이와 함께 까르르 웃으며 말놀이를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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