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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재집권 네타냐후 워싱턴 초청…中에 기울자 손 내밀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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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집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집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정책과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 등 강경 드라이브를 ‘극단주의’라고 비판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워싱턴에 초청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지 7개월 만이다. 미국이 전통적 우방 관계임에도 네타냐후 정권 출범 이후 냉랭하게 대했던 이스라엘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듯하자 급히 손을 내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따뜻하고 긴" 통화를 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백악관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와 강고한 관계인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 대화를 나눌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가을쯤이 네타냐후 총리와 이야기할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초청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통적 우방이지만 지난해 말 네타냐후 총리 재집권 이후 냉기류를 이어 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밀어붙인 사법부 무력화 정책을 바이든 정부가 “민주주의 기본 원칙 훼손”이라며 비판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면서다. 지난 3월 이스라엘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할 수 있는 권한을 의회에 주는 등 사법 제도 개편을 강행하려 하면서 전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자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 이런 길로 가면 안 된다”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실상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곧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가까운 장래에 그를 초청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CNN 인터뷰에서는 이스라엘 내각을 두고 “극단주의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주권국가”라며 “국민 의지에 따라 결정 내리는 것이지 외국의 압력에 따르지 않는다”고 맞섰다. 양국 관계가 계속 꼬이면서 통상 이스라엘 총리가 취임하면 곧바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양국 결속을 다지는 관례를 깨고 네타냐후 총리 취임 후 7개월이 지나도록 미국 방문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흐름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7월 중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는 보도가 지난 6월 나왔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중국으로부터 국빈방문 초청을 받은 사실을 알렸다. 이는 미국에 쌓인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2016년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부수 회의에 앞서 벤자민 네타냐후(왼쪽) 당시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2016년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부수 회의에 앞서 벤자민 네타냐후(왼쪽) 당시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 네타냐후 총리를 바이든 대통령이 초청한 데는 이스라엘마저 중국에 기울 경우 미국의 중동 외교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동 내 미국의 핵심 우방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중재로 앙숙이었던 이란과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는 등 ‘탈미국 기조’가 뚜렷해지는 흐름 속에 미국의 중동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스라엘마저 중국과 밀착할 경우 중동에서 힘의 균형이 중국 쪽으로 확연히 쏠릴 가능성이 큰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네타냐후 총리 초청 카드로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 초청이 이츠하크 헤르초크 이스라엘 대통령의 방미 전날 공개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미국이 상징적인 국가원수인 헤르초크 대통령을 먼저 초청한 데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권이 없는 이스라엘 대통령이 먼저 초청되면서 ‘네타냐후 패싱론’이 나오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이스라엘의 사법 제도 변화를 둘러싼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사법부 권한 축소 문제와 관련해 광범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내각 일부의 극단적 행동과 사법부 권한 축소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스라엘이 가능한 활기차고 독자 생존이 가능한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이어가기를 바란다”며 “이는 변화와 개혁이 광범위한 동의에 기반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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