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수사] 검찰, 조심조심 수사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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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SK 비자금 수사가 결국 여야 모두의 지난해 대선자금 수사로 커지게 됐다.

후원 기업에 대한 수사도 SK에 이어 삼성.LG.현대차.롯데, 그리고 '+α(알파)'를 거쳐가게 됐다.

"제한적 전면 수사가 될 것"이라고 3일 대검 중수부는 밝혔다.

정치권과 기업 간 불법 자금이 오간 흔적이 발견되면 예외 없이 파고들겠지만 의혹이 보이지 않는 경우까지 칼을 들이대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어찌 들으면 모호한 말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 이상한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과정에서 이회창.노무현 후보 측에 흘러간 자금 중 불법성이 의심되는 부분들을 여럿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SK가 노무현 후보 측에 불법적으로 제공했던 10억원의 전달 방식과 비슷하게 임직원 명의로 3억원을 준 삼성의 경우가 일단 드러나 있다. SK가 이회창 후보 측에 현찰 1백억원을 불법적으로 줄 무렵 한나라당 당직자와 통화한 대기업 고위 간부들 명단도 확보돼 있다.

또 "기업 규모 등에 비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정도"(검찰 관계자)의 액수를 제공한 업체들도 몇몇 체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런 것들이 우선 수사대상이 될 전망이다.

수사 순서는 기업 관계자들이 먼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각 후보 측이 먼저 돈을 요구했는지, 액수는 어떻게 결정됐으며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지 등을 상세히 조사한 뒤 정치인들 쪽 수사에 들어가는 수순이다. 따라서 아마 이번 주부터 기업체 임직원들의 소환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정치권에 대해선 불법 선거자금 못지 않게 개인 유용 등에 대한 수사도 강도 높게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특히 "용처 규명"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자금을 빙자해 기업체에서 돈을 뜯어낸 뒤 개인 치부의 수단으로 삼는 일부 정치인의 그릇된 행태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다.

이런 식의 수사는 계속적인 계좌추적과 소환 대상자의 확대를 부를 것이며, 그 과정에서 추가 의혹도 얼마든지 불거질 수 있다. 검찰이 계속 수사진을 늘리고 '수사 장기화'를 얘기하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듯하다.

?기업들 어떤 처벌받나=법인의 경우 한 해에 지출할 수 있는 정치후원금이 2억5천만원이다. 이를 넘기면서 돈을 준 기업은 일단 그 돈을 받은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더욱이 이 돈에 청탁 대가가 있었다면 '뇌물 공여'로 처벌되며, 분식회계 등으로 마련된 비자금이라면 배임이나 횡령 등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다만 처벌 범위는 불법 자금 제공을 주도한 책임자 선으로 최소화될 전망이다. 대검 측은 그동안 "이번 수사의 타깃이 정치인이지 기업이 아니다"라고 공언해왔다.

한편 검찰은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기업 쪽도 혐의를 자진 신고하면 감경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의문을 가진 부분에 대해 성실하게 해명하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경우엔 해당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를 국한하되 이를 거부하거나 명쾌하게 의혹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엔 언제든 전방위로 치고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강주안.문병주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cyjd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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