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발굴 16세기 미라서 기생충 감염 증거 찾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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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려대 박물관이 지난해 9월 파주시 교하에서 발굴.수습한 파평 윤씨 모자(母子) 미라(아이는 태아 상태)의 장 속에서 선충류로 추정되는 기생충 구조물이 관찰된 것으로 밝혀졌다.

박물관 측은 "국내에서는 아직 미라에서 기생충 감염의 증거를 찾아냈다는 보고가 없다"고 전제, "이는 1566년께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미라가 상류사회일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날로 또는 설익혀 먹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미라의 장에서는 또 채소류로 추정되는 식물성 섬유소와 꽃가루나 규조류로 추정되는 물질도 발견됐다. 박물관측은 이에 대해 "16세기 사람의 영양학적인 측면과 의학적인 측면을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의미가 있고 조선의 생활사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미라에서 기생충 감염의 증거를 분명하게 확인한 경우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기록된 것으로는 파스퇴르 제자였던 루페르가 1909년 미라의 조직 샘플에서 3천년 묵은 전염병균을 찾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고려대 박물관은 7일부터 22일까지 '파평 윤씨 미라 및 출토 유물전'을 연다. 7일 오전 9시부터는 고려대 국제관 2층 대회의실에서 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파평 윤씨 종중산 묘역 발굴에서 고려대는 ▶최초 추정 한글 편지 발견▶국내 최초 청화백자 지석 출토 등 유물을 수습한데 이어▶미라가 파평 윤씨 집안 윤소의 딸로 출산 중 사망했으며▶할아버지 윤원량(문정왕후 오빠인 윤형원의 형)이 후하게 장사를 지낸 것 등 미라의 일생과 관련된 사실들을 해석해냈다. 02-3290-1510~2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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