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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일 정상,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협력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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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고 있다. 이날 한일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의 취임후 여섯번째이자 올해들어 네번째다. [사진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고 있다. 이날 한일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의 취임후 여섯번째이자 올해들어 네번째다. [사진 뉴스1]

6번째 만남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따른 우려 협의

ICBM 발사 북 위협 억제 위한 국제 공조도 견지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여섯 번째이자 올해 네 번째 만남에서 양 정상은 초미의 관심이었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입장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은 철저한 모니터링 정보의 공유와 방류 점검 과정에 한국 전문가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방류 중단과 통보도 요구했다.

기시다 총리는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방출은 하지 않겠다”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방출 중단을 포함해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을 약속했다. 양 정상이 과학적인 안전을 전제하긴 했지만,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그런 만큼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종합보고서를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했지만,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양국 모두에서 사라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성능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양 정상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IAEA의 판단과는 별개로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협력해야 한다. 어제 정상회담에서 나눈 의견교환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수시로 만나거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전용 핫라인을 설치해 보완할 게 있다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윤 대통령이 요구한 한국 과학자의 현장 상시 체류 및 수시 방문은 객관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국제사회 내 일본 정부의 신뢰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양측의 소통 결과를 국민들에게 가감 없이 설명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필수다. 그래야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건강한 한·일 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우리 국민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오염수 방류 문제와 함께 높아지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국제사회 공동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협력도 필요하다. 북한은 최근 미국의 정상적인 정찰 비행을 문제 삼아 격추를 언급하며 위협적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고 한·미·일 합참의장이 미국 하와이에서 회의를 진행한 어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며 긴장을 한층 고조시켰다. 나토 정상들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CVID)를 거듭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편을 들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향한 옥죄기의 폭과 강도가 커질 수 있다는 예고다. 이런 움직임이 대북 억제력으로 작용하려면 북한과 가장 인접해 있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