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철 「음주단속」도 철저히(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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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불법 심야영업과 음주운전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1년째 계속되면서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시적 실효를 거두고 있는 이때에 망년회철을 맞게 되었다.
음주운전 차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심야 유흥업소의 흥청거림이 다소 진정된 지금이지만,망년회철을 맞아 이 작은 성과나마 도로아미타불로 되돌아갈까봐 적이 걱정되는 계절이다.
비록 심야영업단속이 주 2회에서 전일제로 강화되고 단속정보가 샐까봐 단속경관까지 바꾸어 가며 단속체제를 강화했지만 아직도 변태영업을 계속하는 업소가 버젓이 있고 심지어는 단속반과의 맞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업소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때에 연말연시의 대목을 맞은 업소와 손님들이 단속과 처벌을 아랑곳 않고 망년회 분위기에 들떠 놀아나는 풍조가 재연된다면 그나마 얻은 성과도 수포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건전한 음주문화가 건전한 가정과 사회를 이룩하는 바른 길임을 누구나 알면서도 망년회철만 되면 분수와 이성을 잃은 채 폭음과 광란의 밤을 지샌다. 이 하룻밤의 망년회 광란이 1년 동안 이룩한 사회질서를 깨뜨려선 안 된다는 인식이 시민적 의식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하룻밤의 폭주·음주운전이 자신의 일생을 망치고 사회의 규범을 망가뜨린다는 인식이 새롭게 확산되어야 할 망년회철을 우리는 맞고 있다.
당국의 단속 또한 기강이 해이해질 연말연시를 맞아 느슨해질 수 있다.
형식적 단속으로 그치고 책임회피성 단속으로 지나친다면 범죄와의 전쟁으로 얻은 거의 유일한 가시적 소득이라할 야간생활의 질서는 또 놓쳐버릴 것이다.
올해의 망년회철을 맞아 지금까지 벌여온 불법 심야영업과 변태업소 및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결정적 전기가 이룩되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당국은 단속을 보다 주도면밀하게 강화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이제 맞게 될 연말연시를 계기삼아 과소비와 낭비,불법과 폭력을 일소하는 시민운동에 적극 동참한다는 강한 시민의식으로 이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거창한 구호를 내건 시민운동에 참여하기보다는 정답고 알뜰한 망년회를 치르자는 운동이 더 실천적 민주운동이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이 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지키는 시민운동임을 서로가 확인하면서 한해를 마감하는 민주시민의 모범을 보이자. 이런 작은 운동과 모범이 쌓여질 때 우리 생활 속의 건전한 여가문화는 자리가 잡히고 건실한 사회로 가는 길이 열려질 것이다.
망년회철을 맞은 당국의 단속강화와 여기에 협조하는 시민의식이 질서와 규범을 습관화·일상화하는 전기라는 인식으로 올해의 망년회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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