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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수요 증가, 감산에…휘발유·경유값 바닥 찍고 '반등'하나

중앙일보

입력

9일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9일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최근 수개월간 내림세를 이어가던 국내 휘발유·경유 값이 지난주 이후 반등하고 있다. 산유국의 감산 소식, 여름철 수요 증가 등으로 국제 유가가 바닥을 찍은 여파로 풀이된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최근 10주 연속 하락, 경유는 11주 연속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들썩였던 국제 유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덕이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휘발유는 6일 L당 1568.88원까지 떨어진 뒤 하락세를 멈췄다. 그 후 조금씩 오르면서 11일엔 1572.04원(오후 4시 기준)을 기록했다. 경유도 비슷한 상황이다. 6일 L당 1378.61원으로 연중 저점을 찍은 뒤 11일 1381.71원으로 상승했다. 이런 추세면 휘발유·경유 모두 이번 주간 가격이 두 달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소폭이지만 기름값이 반등한 건 대외적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야외 활동이 많은 여름은 '드라이빙 시즌'으로 불리는 등 자동차 이용이 활발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휘발유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편이다. 더위에 따른 석유제품 사용도 전반적으로 늘어난다. 실제로 두 달 전인 5월 8일 배럴당 84.05달러였던 국제 휘발유 가격(싱가포르 거래분)은 이달 10일 87.4달러로 올랐다. 국제 경유 가격은 같은 기간 89.35달러에서 97.79달러로 상승했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국제 유가도 바닥을 찍고 조금씩 우상향하는 양상이다. 최근 2주 동안 하락은 사흘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상승·보합장이었다. 지난 5월 평균 배럴당 75달러였던 두바이유는 7월 첫 주 기준 75.8달러가 됐다. 싱가포르 시장 현물가는 지난달 말 76~77달러로 올랐다가 다소 내렸지만 10일 78.28달러까지 다시 상승했다. 78달러 선을 넘긴 건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저장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저장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에 넘겼던 감산발(發) 고비도 다시 찾아왔다. 3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달 실시한 하루 100만 배럴의 독자적 감산을 8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도 다음 달 원유 수출량을 하루 50만 배럴씩 감축한다고 밝혔다. 달러화 가치 약세, 미국 내 석유 재고 감소 등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7월부터는 사우디의 7~8월 추가 감산으로 예상보다 큰 수요 우위 환경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드라이빙 시즌으로 7~8월 미국 수요도 평상시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개 국제 유가 변동은 2~3주 뒤에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편이다. 최근 유가 상승 속에 당분간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의 하향세가 멈출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는 21개월 만에 2%대 상승률로 내려온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급격한 상승 반등은 없을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주요국 긴축 정책이나 중국 등의 경기 둔화 같은 유가 하향 요인이 여전히 살아있어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하반기에 급등은 아니지만 유가 상승 폭이 예상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주요국 경기 회복 같은 변수도 크다"면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바닥을 치고 향후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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